[OSEN=이상학 객원기자] ‘디펜딩 챔피언’ SK가 본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시범경기 첫 승을 거둔 후 3연패를 당해 우려를 샀던 SK는 이후 2연승으로 위력을 되찾았다. 2연승 동안 홈런 3방과 도루 7개를 기록, SK 특유의 모습들이 다시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하지만 SK의 가장 무서운 점은 마운드가 빈 틈없을 정도로 탄탄하다는 점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투수가 너무 많아 고민”이라며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었다. SK는 선발진은‘외국인 원투펀치’ 케니 레이번과 다윈 쿠비얀이 중심이다. 레이번은 지난해 17승으로 최다승 2위에 오른 검증된 투수다. 지난해 SK 투수 중 1경기만 뛴 신승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선발로만 모든 경기를 소화한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재계약에 성공한 레이번이 올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외국인 투수는 2년 이상 쓰기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 구질, 투구패턴이 노출돼 공략되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역대 2년차 외국인 투수들은 1년차(3.69) 때보다 2년차(3.88) 시절 방어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3년은 오히려 1년차(3.62) 때보다 2년차(3.06)에 훨씬 더 좋았다. 레이번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다. 마이크 로마노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데려온 쿠비얀은 SK의 새로운 히트상품이 될 공산이 크다. 선발 경험이 일천한 쿠비얀은 전형적인 불펜투수지만,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시범경기 2게임에서 10이닝 1실점으로 방어율 0.90을 기록하고 있다. 수준급 체인지업은 올 시즌 새로운 명품 구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소한 지난해 로마노 이상은 해줄 것이라는 게 SK의 판단이다. 3~5선발은 김광현-채병룡-이승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광현에게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데뷔 첫 해 시즌 내내 고생하며 3승을 거두는 데 그쳤던 김광현은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한국시리즈,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만 무려 4승을 따내며 대반전을 그렸다.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의 정신적인 면을 높이 샀다. 특히 대만전 5이닝 3실점(1자책점) 호투에 “일방적 응원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던졌다”고 평가했다. 채병룡과 이승호도 다른 팀에서는 2~3선발급이다. 지난 15일 시범경기 한화전에서 선발등판한 채병룡은 3⅓이닝 5피안타 2볼넷 2실점했지만 김 감독은 그의 위기 관리능력에 주목했다. 이승호는 첫 시범경기였던 지난 12일 LG전에서 3이닝 3실점(1자책점)했지만 재기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승호를 포함해 “선발 5명이 모두 괜찮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외에도 송은범·이영욱·김원형 등이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다. 5선발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투수들로 선발 경쟁에서 밀리면 불펜을 강화할 키워드가 된다. 벌떼 마운드의 핵심인 불펜도 질적·양적으로 풍부하다. 조웅천·윤길현·가득염 등 벌떼 마운드의 핵심들이 건재한 가운데 마무리 정대현이 팔꿈치 부상에서 완쾌됐음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증명했다. 체력소모가 많은 언더핸드 투수라는 점에서 페넌트레이스 중 한 번쯤 체력적인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지만 조웅천이라는 받침대가 더 있다. 이외에도 왼손 투수로 김경태·정우람이 있고 이한진·조영민·최상덕이 있다. 오는 4월 소집해제될 ‘SK 원조미남’ 제춘모도 대기 전력으로 평가된다. 투수들이 차고, 넘치는 상태다. 지난해 팀 방어율 1위(3.24)를 차지한 SK는 오히려 올해 1군용 투수들이 15명 갸량 될 정도로 마운드가 더 깊고 풍부해졌다. 당초 계획이 어긋나더라도 대체 전력이 버티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투수가 많아 고민할 만하다. 투수들의 기본적인 능력에다 김 감독의 마운드 운용 능력이 더해진다면, 한 시즌 최저 팀 방어율을 노리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한 시즌 팀 최저 방어율 기록은 지난 1984년 OB가 갖고 있다. 당시 OB의 팀 방어율은 불과 2.53. 그 때 당시 OB 지휘봉을 잡고 있던 사령탑도 바로 김성근 감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