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박성화호, 日 적극 행보와 '대조'
OSEN 기자
발행 2008.03.16 08: 58

“정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큰 일 납니다. 보세요. 저희는 1월 이후 완전히 두 손 놓고 있잖아요”. 박성화(53)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이마에 잔뜩 주름살이 잡혔다. 모두가 뛰고 있는데 한국만 넋 놓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 속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때가 많다. 2008 베이징올림픽 8강, 더 높게는 메달권 진입까지 노리고 있지만 아예 소집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바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 감독의 딜레마다. 일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올림픽 한 달 전인 오는 7월 7일에야 비로소 소집될 예정이다. 그나마도 프로선수들은 중간중간 소속팀 경기에 출전해야 해 정상 훈련이 어렵다. 올림픽대표팀 입장에서 올 시즌 K리그 스케줄은 최악이다. 올림픽호 소집 이후 잡힌 일정이 컵 대회를 포함해 무려 5차례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만 되면 모두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마저 우려된다. 대한축구협회의 승인 하에 박 감독은 국가대표팀 일정이 집중적으로 잡혀있는 6월에 보름 정도 손발을 맞출 생각이지만 올림픽대표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가버리면 ‘반쪽짜리 훈련’이 된다. 더구나 박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조재진 등 일부 와일드카드 요원까지 대표팀에 차출될 경우 제대로 남아있을 선수가 없다. 선수 부족으로 훈련 자체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준비된 게 없어요. 6월 훈련은 선수가 대표팀에 차출돼 어렵고, 7월은 리그 일정으로 어려우니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지난 15일 오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라운드 대전 시티즌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관전한 코사 GK코치도 박 감독의 불만어린 목소리에 동조하고 나섰다. 지인들과 본부석 한 켠에 앉아있던 코사 코치는 “기다리는 시간이 막막하다. 하루하루가 ‘헐리데이(휴일)인 것 같아서 지겹다. 이렇게 되면 올림픽 본선에서 어려울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코사 코치는 또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사실은 우리의 노력이 그들에 비해 많이 뒤진다는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일본은 적극적인 올림픽팀 운용으로 박 감독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전을 위해 소집되는 시기에 맞춰 소리마치 감독은 올림픽 멤버들을 불러들인다. 앙골라와 평가전(27일)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메달권 확보를 목표한 일본 올림픽팀은 타이트한 J리그 일정 속에 짬을 내 프랑스 툴롱으로 떠나 국제 대회에 출전한다. “일본은 지난 2월에도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고, 앙골라와 평가전을 거쳐 툴롱 대회까지 출전한다. 우리는 소집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평가전 계획도 아직 없다”.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축구협회도 고민스럽다. 아무리 월드컵 예선전이 중요하다 해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올림픽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K리그 눈치도 살펴야 하니 이중고다. 한 협회 관계자는 “솔직히 (올림픽팀 관련한)세부 계획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합의를 거쳐 평가전과 훈련 스케줄을 준비하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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