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잡은 '총알', 조기 실점 '딜레마'
OSEN 기자
발행 2008.03.17 08: 16

높이 비상했던 ‘황새’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잡은 ‘총알’ 변병주 대구 FC 감독이 묘한 고민에 빠져있다. 자신이 추구한 공격 축구의 출발이 늘 좋지 않기 때문이다. 패해도 그렇고, 이겨도 변함없다는 게 흥미롭다. 지난 16일 오후 홈 구장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2라운드서 대구는 종료 4분 여를 남기고 터진 이근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부산에 ‘펠레스코어’ 3-2의 짜릿한 역전승, 올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대구는 일주일 전 창원에서 치른 K리그 개막전서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경남 FC에 2-4로 무릎을 꿇었다. 남들은 한결같이 ‘화끈한 경기’였고, ‘값진 패배’라고 했지만 변 감독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기분 좋은 패배는 없는 탓이다. 두 경기 모두 이른 시간대에 터지는 실점이 변 감독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경남과 경기 전반 5분 만에 신예 서상민에 실점하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은 대구는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정확히 일주일 뒤 대구는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지 불과 3분 만에 안성민에 선제골을 내줘 부산에 리드를 빼앗겼다. ‘장군’을 먼저 내준 대구는 두 차례나 ‘멍군’을 부르며 2-2까지 따라붙었고, 끝내 이근호의 한 방으로 이겼다. 어려우리라 예견된 승부를 승리로 마친 변 감독의 기쁨은 컸다. 공식 인터뷰에 나선 변 감독은 “아니나 다를까 빨리 실점해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의외로 동점골이 빨리 터져 승리할 수 있었다”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대구는 첫 실점, 3분 뒤 황지윤의 골로 동점을 이뤘다. 변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는 “기대 반, 부담 반”이라며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경남전 당시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실점해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는 허탈함과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첫 승이 필요했을 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남전에 출전했다가 발가락 골절상을 입은 윤여산과 종아리 부상을 당한 양승원이 모두 빠진 수비진부터 변화를 줬다. 여기엔 겨우내 연습한 포백을 버리고, 스리백 및 협력 수비 체제로 전환하는 결단도 포함돼 있었다. 데뷔 첫 해였던 작년, 대구 수비진의 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뒤진다는 판단을 내린 변 감독은 국내외 전지훈련을 통해 공간을 적게 주고, 실점을 줄이고자 포백으로 변경을 시도했지만 경남에게 흠씬 두들겨 맞곤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았다. 이른 시간에 실점했다는 사실은 똑같았지만 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의 색채가 그대로 묻어난 한 판이었다. “우리도 승점 3점을 확보키 위해 왔다”고 호언한 황 감독의 부산도 최선을 다했으나 대구의 막판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올해 변 감독의 목표는 한 가지다. 승점 확보에 연연하며 ‘잠그는 축구’를 절대 구사하지 않겠다는 것. 부담은 커도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공격적이고 화끈한 플레이’가 밝은 미래를 가져온다는 판단이다. 단, 징크스 기미를 보이는 빠른 실점만 뺀다면 말이다. yoshike3@osen.co.kr 지난 9일 대구-경남의 창원 개막전=대구 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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