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맞은 시즌은 처음이에요." '홀드왕' 출신 임경완(33, 롯데)이 올해는 '세이브왕'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민다. 사이드암 투수 임경완은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 마무리로 등판,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4-2 승리를 지켜냈다. 3-2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오른 임경완은 심재학부터 시작된 KIA 중심타선을 범타로 처리했다. 또 4-2로 앞선 9회에는 선두타자 이현곤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상대타자를 내야 땅볼로 유도해 2사 3루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이로써 임경완은 17일 현재 4차례 등판서 5이닝 동안 2개의 안타만 내준 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진수는 1개 뿐이지만 이닝당 투구수도 14.4개로 나쁘지 않다. 볼넷도 없다. 임경완은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다보니 다 편안해 한다"며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나타낸 후 "지금까지 이렇게 마음 편하게 시즌을 맞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1998년 임경완이 신인으로 입단했을 때 롯데는 8개구단 체제가 된 이후 처음으로 1997시즌서 최하위에 그쳤던 상태라 최악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해마저 꼴찌에 그쳐 몸도 마음도 지칠 수 밖에 없었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1999년에는 별 활약이 없었고 2000년부터는 가을에 야구를 한 적이 없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14일 SK전을 앞두고 "임경완이 우리팀 마무리"라고 못박았다. 클로저로서 상대타자를 윽박지르는 빠른 직구는 없다. 하지만 안정된 제구력이 돋보이고 무엇보다 타자를 상대할 줄 아는 경험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성준 투수코치 역시 임경완에 대해 "싱커가 안정되고 좋아졌다"며 "홀드왕까지 차지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무엇보다 경완이의 경험을 중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경완은 잠깐이지만 선발로 활약한 것을 비롯해 중간과 마무리를 두루 경험했다. 특히 2004년에는 4승 6패 5세이브 22홀드를 기록해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사상 첫 20홀드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2004년 후 군입대로 한동안 야구공을 놓았지만 지난해 복귀하며 65경기에서 7승 1패 6홀드 3.25의 평균자책점이라는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덕분에 지난해보다 20% 인상된 1억1400만원에 도장을 찍었고 지난 1월 1일 새벽에는 건강한 딸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도 했다. 임경완이 시즌을 마무리로 시작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홀드왕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력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소방수가 약세였다. 1994년 고(故) 박동희가 31세이브로 눈에 띄었을 뿐 내세울 만한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김상현, 차명주, 박지철, 문동환, 강상수, 노장진, 나승현, 카브레라 등이 있었지만 신뢰를 받지 못했다. 그런 만큼 2003년 마무리를 잠깐 겸임한 임경완의 각오도 다부지다. 임경완은 "그동안 마무리가 없었던 우리팀이라 솔직히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렇게 신뢰를 보여주셨으니 보답해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임경완은 "내가 화끈한 삼진으로 마무리짓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제구력만 안정된다면 장타를 맞지는 않을 자신이 있다. 팬들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올해 맡은 임무를 반드시 해내보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언제든 대기상태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미 중간 투수를 경험했다. 체력적인 부담도 문제없다. 이제 임경완에게 남은 최종 숙제는 소방수로서 롯데팬들의 신뢰를 받는 것 뿐이다. "세이브 기회에서 무조건 따내겠다. 그래서 롯데팬들에게 인정받겠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