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 '썩어도 준치'라는 옛 말이 있다. 각각 '과거에 있던 사람이 현재 몸담고 있는 사람보다 낫다' 또 '본래 값어치가 있는 것은 낡더라도 진가를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17일 오전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북한과 2차전(26일, 중국 상하이)에 나설 24명의 대표선수 명단에 예상대로 해외파 여럿이 포함됐다. 젊음과 패기도 좋지만 경험적 측면도 많이 고려했다는 평가다. 승점 3점이 꼮 필요한 만큼 2월 중국 충칭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처럼 새내기 10명을 선발하는 '깜짝 인사'가 아닌 안정을 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잉글랜드 리거들이 주축이 됐다. 징계 중인 이동국(미들스브러)을 제외하고 프리미어리그서 뛰는 설기현(풀햄FC),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핫스퍼), 챔피언십의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이 발탁됐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오범석(사마라 FC)도 이름을 올렸고, 일본 J리그 빗셀 고베서 활약 중인 김남일도 대표팀 승선의 영광을 다시 한번 누리게 됐다. 해외파만 총 6명이다. 이영표와 설기현의 경우, 최근 들어 소속팀 경기서 자주 배제되고 있지만 허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큰 물에서 놀아본 경험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는 "대표선수 리스트는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이고 일부의 몸 상태만 살펴보면 된다"고 이미 틀이 잡혀 있음을 시사했다. 정 코치는 "북한전은 최종예선에 올라가기 위해 꼭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 구성이 필요하다"고 쓸 데 없는 모험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번에도 K리그 최고의 신예로 떠오른 서상민(경남 FC), 한태유(광주 상무) 등 뉴 페이스 9명을 새로 뽑아 실험도 병행하고 있으나 해외파 가세로 동아시아 대회보다 엔트리에 무게가 실렸다. 한국 축구는 해외파가 가세했을 때 보다 강한 전력을 과시해왔다. 긴 호흡을 갖고 서로 손발을 맞추지 못해 조직적 측면서 부족할 때가 있지만 파괴력과 자신감은 한층 더 강해진다. 지난 2월 6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예선 첫 경기서 대표팀은 2골-1도움을 올린 설기현과 1골을 넣은 박지성 등의 맹활약 속에 4-0 대승을 거뒀다. 동아시아선수권 당시 허정무호는 수비수 한 명이 퇴장당해 10명이 싸운 북한에 1-0으로 앞서다가 정대세에 동점골을 얻어맞고 무승부로 마친 씁쓸한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해외파 가세가 더욱 반가운 까닭이다. yoshike3@osen.co.kr 이영표-박지성-설기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