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 무명 힙합 레이블 사장의 '고민'
OSEN 기자
발행 2008.03.17 17: 24

“지금 저한테 뭐가 중요한 건지 안 중요한 건지 모르겠네요. 방송 문제 역시 딜레마입니다.”
가수 이하늘(37)이 무명 힙합 레이블 사장으로서 느끼는 딜레마와 어려움 등을 토로해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하늘은 MBC 드라마넷에서 방영되고 있는 ‘DOC 가족의 탄생’(연출 이근찬)이 애초 기획했던 것과 달리 6회 방영 후 종영하자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섭섭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DOC 가족의 탄생’은 인기 그룹 DJ DOC의 이하늘이 인기 가수 한팀 없는 힙합 레이블 ‘부다사운드’를 운영하며 겪는 일들을 솔직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이하늘 뿐만 아니라 45rpm, 라임버스, 레드락, 마부스, 리오케이코아 등 소속 가수들의 성장 과정도 담고 있다.
방송 경험이 거의 없는 소속 가수들에게 프로그램은 얼굴과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방송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였다.
프로그램이 처음 기획 당시에는 총 15회 방송, 주 3~4회 재방송, 케이블 황금 시간대인 오후 10시~11시 사이에 편성이 고려되는 등 기대가 컸다.
그러나 ‘DOC 가족의 탄생’ 첫 방영부터 순탄치 않았다. 프로그램 편성 요일과 시간이 수차례 바뀐 끝에 금요일 밤 12시 10분 방영이 결정됐으며 주 1회 재방송마저 하지 않았다. 마니아들에게는 실력 있는 뮤지션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끝끝내 대중들에게 외면 받았다. 결국 15회 방송은 10회로 줄고 최종 6회로 종영이 결정됐다.
처음 기획과는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시청률 부진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하늘은 이런 방송사의 결정에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하늘은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먼저 “제가 살아온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첨부터 아무도 관심 없던 ‘부다싸운드’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가족의 탄생’을 시작해주신 MBC 여운혁 PD님과 이근찬 PD, 정다운 작가 진심으로 고마워”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프로그램 편수를 줄이고 무관심으로 일관한 방송국에 섭섭한 마음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하늘은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재방 한번 노출 한번 안 시켜주면서, 무슨 삼류 코미디 영화 엔딩 같단 생각이 드는 건 저 혼자 뿐인가요?”라며 반문했다.
이하늘의 자조 섞인 푸념에서 변화하는 방송 환경과 음반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수들의 고뇌가 담겨있다. 이하늘 자신은 한국 가요계에 큰 획을 그은 DJ DOC의 멤버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상황이 많이 변해 후배들에게 그 영광을 물려주지 못하고 있다. 대중에게 음악을 들려주기만 했던 가수들은 살아남기 힘들고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음악 외적인 요소가 필수적이다. 채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점점 상업적으로 변하는 방송사를 탓할 수 만은 없다.
이하늘은 방송을 통해 후배들에게 음악을 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또 다시 딜레마에 빠진 그를 통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음악 밖에 없는 많은 뮤지션들의 고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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