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소리치지 말았어야 했다
OSEN 기자
발행 2008.03.18 10: 29

영화 ‘숙명’의 첫 시사회가 18일 용산 CGV에서 열렸다. 송승헌의 제대 후 첫 복귀작, 권상우-송승헌 한류스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숙명’. 시사회 현장에는 플래카드를 만들어 온 국내외 팬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송승헌과 권상우를 응원했다. 해외 취재진도 대거 참석해 그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숙명’은 네 친구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액션물이다. 송승헌 권상우 지성 김인권, 이 네 친구는 각자의 욕심과 야망을 위해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한국형 액션물에 늘 등장하는 그저 그런 액션이 이어지고 가짜 쇠봉과 나무막대의 거친 투닥거림은 계속된다. 그리고 날아올라 발차기도 선보인다. 날카로운 칼도 등장해 잔인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늘 봤던 조폭 액션을 답습한 것 이상 한치도 진일보하지 못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권상우는 말끝마다 욕설이 난무하는 조폭 역할을 유머러스하게 잘 소화했다. 배운 것이라고는 욕과 싸움밖에 없는 듯한 말투와 행동에 참을성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끊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화가 날 때마다 발길질에 뭐든 두드려 부시고 팬다. 살아남기 위해 늘 날카롭고 거친 그러면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철중 역을 잘 소화했다.
하지만 권상우가 소리치고 화를 낼 때마다 무섭다. 그의 연기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가 하는 대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권상우가 화가 나서 빨리 대사를 내뱉고 흥분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럼에도 그는 대사를 정확히 전달해야 했다. 권상우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주변에서는 “뭐래?”라는 말이 오고 간다. 돌아온 대답은 “몰라” 권상우가 연기하는 3류 조폭의 비애와 자조에 공감이 간다. 하지만 우선 정확한 대사 전달이 먼저이지 않을까.
송승헌은 일단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드라마 ‘여름향기’ ‘가을동화’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의 송승헌은 거친 남자로 돌아왔다. 그는 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숙명’을 선택한 이유로 “이전과는 다른 남자다운 거친 이미지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송승헌은 철중(권상우 분)의 배신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쌓이게 되고 이를 마지막에 폭발시키는 우민 역을 무난히 소화했다. 남자다운 카리스마와 액션을 마음껏 선보였다.
한류스타 송승헌 권상우에 ‘뉴하트’로 물오른 연기를 펼치는 지성의 특별출연, 연기파 배우 김인권을 두고도 제대로 된 액션물을 만들지 못한 김해곤 감독이 있다. 그는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친구들 사이의 배신과 복수. 하지만 배신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만큼 우정의 깊이가 깊고 끈끈해야 공감을 얻는다. 친구들끼리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죽이겠다고 덤벼드는데 그들의 처절함이 와 닿지 않는다. 그들의 배신과 복수 이전에 우정의 깊이가 빠져있다.
시사회가 끝나자 김해곤 감독은 바로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했다. 20일 개봉 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다듬고 더 다듬어 관객들에게는 외면 받지 않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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