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미스터리'와 한국식 훈련
OSEN 기자
발행 2008.03.18 10: 51

미스터리다. '최희섭 미스터리'가 KIA 맨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캠프 내내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훈련에 부실했던 최희섭(29)이 막상 시범경기에 나서자 안타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희한하고 괴물같은 선수"라고 치부하기엔 이유가 있을 듯하다. 전훈 중도 귀국 후 재활훈련을 해온 최희섭은 지난 14일 두산전에 첫 선을 보였다. 2루타와 안타를 생산하더니 다음날 롯데전에서는 홈런과 안타를 내놓았다. 그리고 16일 역시 롯데전에서도 2루타와 안타를 광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선사했다. 좌우 투수 유형과 변화구나 직구 관계없이 모두 정확하게 맞추는 타이밍을 보여주었다. 타격감이 아주 좋을 때 나오는 모습이었다. 훈련이 부실한 데도 좋은 타구를 잇달아 터트리자 최희섭과 스프링캠프 훈련량의 상관 관계에 대한 물음표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희섭은 1월 괌 전지훈련 도중 두통을 일으켜 방망이를 놓았고 중도 귀국해 입원까지 했다. 겨우 몸을 추스려 다시 미야자키 캠프에 갔지만 두통이 재발, 짐을 꾸려 완전귀국했다. 조범현 감독은 "훈련한 날짜를 꼽아보니 열흘쯤 됐다"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였다. 최희섭은 한국식 훈련 방식에 생소해 했다. 규율이 엄격한 집단 훈련과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훈련량을 이겨내지 못했다. 개막에 맞춰 스스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메이저리그 방식과는 다르다. 더욱이 조범현 감독은 훈련량이 많은 스타일이다. 최희섭으로서는 첫 스프링캠프에서 훈련량 궁합이 맞지 않았던 셈이다. 역시 미국에서 야구를 했던 외야수 최경환은 "나도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 프로식 훈련에 적응하는 데 3년이 걸렸다. 그나마 비교적 훈련량이 적었던 LG에서 시작한 것이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아마 희섭이는 KIA의 스프링캠프 훈련량이 많아 적응하는 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분명히 최희섭의 두통 원인 가운데 하나는 생소한 훈련 방식과 엄청난 훈련량에 있었다. 미야자키에서 스스로 이 점을 밝힌 바 있다. 최희섭은 중도 귀국한 뒤 사실상 자율훈련을 부여받았다. 이후 거짓말처럼 얼굴이 밝아졌고 지금까지 심각한 두통을 일으켰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타격을 하자 "앞으로 최희섭은 전지훈련에 보내지 말자"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왔다. 잡아놓고 훈련을 시키는 것 보다 풀어놓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작정 특권을 줄 수도 없는 노릇. 더욱이 스스로 밝혔듯 그나마 1월부터 훈련을 해서 타격감이 좋아진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최희섭은 체력 훈련이 부실했던 만큼 여름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의 타격 페이스가 일시적인 상승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의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최희섭이 '괴물'로 보이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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