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새런든과 미셸 파이퍼, 그리고 니콜 키드먼의 공통점은? 최근 마녀 연기에 맛을 들인 할리우드 톱스타 미녀 배우들이란 사실이다. 비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피드 레이서'에 함께 출연하는 새런든은 '불더햄' 델마와 루이스' 등 숱한 히트작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마녀로 변신한 최근작은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양아들 왕자의 사랑을 방해하는 마녀로 등장, 동화속 연인들을 괴롭히는 악역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미인대회 출신의 파이퍼는 알 파치노와 달콤쌉싸름한 사랑을 나눈 '프랭키와 자니'(19991), 로버트 레드포드와의 지고지순한 러브 스토리 '업 클로즈 앤 퍼스널' 등 숱한 멜로를 비롯해 '순수의 시대'(1993) '위험한 아이들'(1995) 등 수작들에서 명연기를 뽐냈다. 시원한 눈매에 뚜렷한 이목구비, 야성과 지성을 동시에 갖춘 미모로 오랫동안 할리우드 톱스타 대열에 섰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 등으로 연기력 또한 인정받은 지 오래다. 그런 파이퍼가 2000년대 들어서는 악역 전문으로 탈바꿈했다. 2003년 애니메이션 '신밧드의 모험'에서 혼돈의 여신 에리스를 목소리로 연기하며 신밧드(브래드 피트)와 마리나(캐서린 제타 존스) 커플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약과. 지난해 판타지 '스타더스트'에서 어린 별의 심장을 먹고 사는 무시무시한 마녀로 등장하더니 1960년대 미국 사회를 다룬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를 통해 전형적인 백치미 악녀의 전형을 선보였다. 제대로 된 악역은 연기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인종 차별주의자인데다 자기 딸의 성공을 위해서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았던 '헤어 스프레이' 속 파이퍼는 '어느 멋진 날'(1996)에서 죠지 클루니를 풋풋한 로맨스 파파로 이끌었던 모습을 완전히 잊게끔 만들었다. 할리우드의 금발 미녀를 얘기할 때 꼭 등장하는 그녀, 니콜 키드먼. 역시 미스 하와이 출신으로 미모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다. 톰 크루즈와의 결혼 생활 때는 안젤리나 졸리-피트에 앞서 세계 최강 커플의 면목을 과시했지만 끝내 이혼했고 지난해 컨트리 가수 키스 어번과 재혼했다. '그녀는 요술쟁이'(2005)의 아름답고 착한 마녀에서 '스탭포드 와이프'(2004)의 완벽한 아내, '피스메이커'의 명석한 전문가 등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대부분 미모 강조형에 가까웠다. 그런 키드먼도 판타지 대작 '황금나침반'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혼을 빼앗는 수상한 인물로 등장했다. 어린 시절의 그녀를 연상시키는 주인공 로라를 감언이설로 꾀고 속이는 전형적인 악녀다. 화무십일홍이던가. 꽃다운 미모는 조금씩 사라져가지만 그 자리를 메우고 들어오는 실감 연기로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가는 미녀들이 바로 새런든과 파이퍼, 그리고 키드먼인 셈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