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렬 감독은 지난 18일 시범경기 잠실 두산 전에서 8-4로 승리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포수 현재윤이 경기 중 왼쪽 쇄골 골절로 6주 진단을 받아 시즌 초 결장이 불가피하다. 9회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주전 마무리 오승환까지 타구에 손을 맞아 부상 우려를 낳는 등 선 감독은 이기고도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반면 패장이 된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혜천, 이재영, 이재우 등 이기는 경기에 등판할 투수들이 상대 타선을 제대로 막아 주지 못했다. 그동안 출장을 못하면서 경기 감각이 떨어졌던 투수들이라 이렇게 난타를 당한 것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밝히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시즌 개막 전 기량을 점검받는 시범경기. 팀의 신예들이나 후보 선수들은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시범경기부터 열심히 뛰게 마련이다. 그러나 출중한 기량을 갖추고도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다면 이는 선수 개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 준다. 실제로 지난 시즌 두산의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예정이었던 외야수 유재웅은 2007 시범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2군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는 '신고선수' 출신 2년차 김현수가 출장해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치며 외야 한 자리를 꿰찼다. 유재웅은 올 시즌 다시 피 말리는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팀에도 큰 피해를 가져다 준다. 18일 부상을 당한 현재윤은 주전 포수 진갑용을 확실하게 보좌해 줄 '제 2의 포수'다. 그러나 부상 치료 후 실전 감각을 되찾을 시기까지 생각한다면 현재윤의 복귀 시점은 빨라야 5월 중이다. 진갑용의 시즌 초 체력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선 감독의 작전 구사에도 차질이 생긴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다면 경험으로 생각하면서 페넌트레이스 개막 전에 고쳐 나가면 된다. 시범경기 성적이 그대로 시즌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버리면 단점이 있어도 고쳐 나가기가 힘들다. 주전 선수나 요긴한 교체 멤버의 부상은 팀에도 치명적이다. '시집 가는 날 등창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정규 시즌이라는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시범 경기에서 부상으로 고꾸라진다면 팬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삼성과 현재윤에게 2008년 3월 18일은 어떤 날로 기억될까. chul@osen.co.kr 지난 18일 현재윤이 부상당하는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