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의 모태가 되는 현대 유니콘스는 이른바 투수왕국이었다. 그러나 말미에는 투수왕국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현대의 팀 방어율은 전체 7위(4.41)에 불과했고, 피홈런(119개)도 가장 많았다. 선발진 방어율(4.44)과 불펜 방어율(4.39)도 각각 전체 6위와 8위일 정도로 마운드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히어로즈로 재탄생한 올 시즌에도 마운드 강화가 가장 큰 숙제다. 그러나 시범경기 팀 방어율이 리그 최하위(4.87)일 정도로 마운드 재건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난파 일보 직전의 히어로즈 마운드에 새로운 희망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 올해 본격적인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좌완 마일영(27)과 3년차 우완 조순권(25)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마일영은 선발요원으로, 조순권은 불펜요원으로 올 시즌 중용이 예상되고 있다. 히어로즈를 이끄는 이광환 감독도 마일영과 조순권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며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마일영은 유망주 출신이다. 지난 2000년 대전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2억3000만 원에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2차 1번으로 쌍방울에 지명된 후 지명권 양도 형식으로 현대로 옮겼다. 당시 현대가 쌍방울에게 지급한 현금이 무려 5억 원이었다. 입단 2년째였던 2001년에는 10승을 올리며 투수왕국의 한 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2004시즌을 끝으로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입대,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해 시즌 중 복귀했으나 승패없이 방어율 4.7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 시범경기에서 3경기 모두 선발등판해 승패없이 방어율 1.59를 기록하며 안정된 피칭을 보이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15, 피안타율은 2할1푼4리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최고 구속 147km를 찍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올 시범경기에서 가장 많은 4⅓이닝·83구를 던졌다. 이광환 감독은 “마일영이 제 몫을 했다. 구위가 좋다”고 호평을 내렸다. 한화 김인식 감독도 “마일영이가 좋더라. 145km를 팍팍 던지더라”며 군입대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일영은 1군 선발 진입이 유력하다. 한화전에서 마일영에 이어 구원등판한 무명 조순권도 주목을 받았다. 조순권은 이날 경기에서 2⅓이닝 동안 1안타를 맞으며 1실점했지만, 그것이 올 시범경기 처음이자 유일한 실점이었다. 조순권은 시범경기 3게임에 등판, 6이닝을 소화하며 방어율 1.50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66에 불과하며 피안타율도 1할5푼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짠물 피칭을 보이고 있다. 올 시범경기의 숨은 깜짝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광환 감독은 조순권에 대해 “제주도 전지훈련 때부터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친구다. 정석적인 투구폼은 아니지만, 오히려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는 데 타자들한테 쉽게 안 맞는다. 마당쇠 스타일이라 팀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조순권은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30km대로 빠르지 않지만 볼 끝에 힘이 있고 변화가 많은 스타일인 데다 키킹 시 공을 숨기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입이다. 지난해 5경기를 뛴 것이 1군 성적의 전부인 무명이라 시범경기 선전이 더욱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과연 마일영과 조순권이 선발과 불펜에서 히어로즈 마운드의 새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