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 초반 키워드는 아무래도 '부활과 재기'가 아닐까 싶다. 오랜 부진을 털고 그라운드로 복귀한 두 사내들의 힘찬 합창이 시작됐다. '돌아온 킬러' 안정환(32)과 '부활한 천재' 고종수(30)가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는 필드를 후끈 달궜다. 지난 주말 나란히 골맛을 본 전북 현대 조재진과 FC 서울 박주영의 활약 여운 또한 채 가시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 19일 저녁 일제히 열렸던 삼성 하우젠컵 대회 개막전. 부산 아이파크의 스트라이커 안정환은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대전 시티즌 플레이메이커 고종수는 전북전서 그림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서 벌어진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안정환은 후반 27분 몸을 반 바퀴 회전하며 터닝슛을 시도했고, 송유걸이 지킨 인천 골네트를 갈랐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여 만에 터진 득점포. 앞선 K리그 2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다소 지친 탓인지 몸놀림이 예전보다 다소 무거웠지만 안정환은 결국 해냈다. 3067명의 관중들도 아낌없는 박수 갈채로 킬러의 화려한 재기를 축하했다. 고종수도 오랜만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전반 4분 제칼로에게 선제골을 내준 지 2분 만에 박성호가 동점골을 터뜨려 1-1로 비기고 있던 후반 39분, 박성호의 칼날 패스를 그대로 차 넣어 팀에 첫 승을 안겼다. 주장 완장을 차고 올린 첫 승. K리그 초반 2경기서 내리 0-2로 패해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터라 감격은 더했다. 감격에 겨운 고종수는 텀블링 대신 필드에 드러눕는 조금은 평범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서 "우리에겐 첫 승이 정말 절실했다"는 짤막한 소감을 밝힌 고종수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진로 골타임(후반 30분 이후)'에 터진 득점이라 상금 1000만 원도 확보했다. 둘은 사령탑의 신뢰 속에 얻어낸 감격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수원서 부침을 겪던 안정환은 황선홍 감독의 조련 속에 예전의 기량을 되살리고 있고, 오랜 공백을 딪고 일어선 고종수는 김호 감독의 품에서 화려함을 되찾았다. 황 감독은 언제나 "안정환은 두 말할 나위없이 최고의 기량을 갖췄다. 틀림없이 그의 재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김 감독 역시 "고종수는 우리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라며 "주장 역할도 잘해내고 있다"고 말해왔다. 결코 특정 선수에 대한 편애가 아닌 당연한 믿음이다. 안정환과 고종수는 지난 98년 이동국(미들스브러)과 함께 K리그서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주역이다. 언제라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지만 스스로 이를 극복해내며 축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서 구절처럼 점점 마지막 전성기를 향해 치닫고 있는 안정환과 고종수. 눈 앞이 아닌 미래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 그들의 발 걸음에는 장미빛 희망이 가득할 뿐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