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45) 삼성 감독은 전지훈련 때부터 “아직 멀었다”며 가혹하게 대했다. 심지어는 “짐싸서 돌려보내야겠다”며 자극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동렬 감독이 이처럼 채찍질을 한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 ‘붙박이 중견수에 톱타자’였던 좌타자 박한이(29)였다. 프로 8년차인 박한이는 지난해부터 공격력이 무뎌지는 것과 함께 톱타자로서 능력에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8개구단 톱타자 중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주력이 나오지 않아 중견수로서 수비 범위, 도루 능력 등이 예전만 못했다. 지난해에는 데뷔 이후 가장 나쁜 타율 2할6푼7리를 기록, 연봉도 10%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까닭에 선 감독은 박한이에게 혹독한 훈련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리를 위협할 만한 젊고 싱싱한 신예들까지 가세하면서 박한이의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선 감독은 정규시즌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 온 현재까지도 ‘주전 우익수’를 낙점하지 않고 있다. 박한이를 대신해 중견수로 나서고 있는 신인 허승민(23)에 대해서는 신뢰감을 보이면서도 박한이를 주전 우익수로 쓸 것인지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허승민은 빠른 발과 수비력을 인정받아 폭넓은 수비가 중요한 중견수로서 개막전 엔트리에 등록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주전 좌익수는 4번 타자 심정수(33)의 몫이다. 그래도 ‘위기에 몰린’ 박한이에게 한 가닥 희망이 보이고 있다. 외국인 좌타 외야수인 크루즈가 1루수를 원해 우익수 자리가 비게 된 것이다. 현재 주전 우익수 경쟁률은 4대1이다. 박한이를 비롯해 박석민(23), 채태인(26), 최형우(25) 등이 주전 우익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석민은 현재 3루수로 시범경기에 출장하고 있으나 주전 3루수 조동찬이 복귀하면 외야수로 나서야 한다. 시범경기도 막판으로 다가오면서 박한이가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시범경기 초반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던 박한이는 최근 4경기에 우익수로 뛰며 15타수 5안타(타율 0.333) 4타점 1도루로 경쟁자들을 앞서나가고 있다. 방망이가 좋은 미국파 채태인은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고 전지훈련 때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군제대 복귀병 최형우도 시범경기 들어 주춤하고 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박한이가 코칭스태프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분발하고 있는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개막전 주전 외야수 자리를 넘겨주지 않을 태세다. 현재로서는 ‘주전 우익수’가 유력하지만 현재 상승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주전 중견수로 복귀해 명예회복도 가능할 전망이다.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삼성의 ‘붙박이 외야수’로 무한질주해 왔으나 브레이크가 걸린 박한이가 올 시즌 과연 자리를 지켜낼 것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