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수, 공격형 MF 변신이 '부활 비결'
OSEN 기자
발행 2008.03.20 10: 30

“역시 고종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려야 제 맛이지”. 대전 시티즌 왕선재 수석코치는 큰 눈을 뜨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뒤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 동료들의 어깨를 툭툭치며 장난을 거는 고종수(30)가 환한 미소를 띠며 공식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삼성 하우젠 컵 2008 B조 개막전서 대전은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후반 39분 박성호의 그림같은 땅볼 크로스를 받은 고종수의 득점으로 극적인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제 자리로 돌아온 게 큰 힘이 됐다. 지난 시즌 김호 감독이 구축한 4-3-3 포메이션의 플레이메이커로 포진하며 대전의 6강 플레이오프를 이끌어낸 고종수는 올 시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 K리그 초반 2경기를 소화했다. 하나 인상적이지 못했다. 수비형 포지션은 마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공격진에 한 번에 찔러주는 킬 패스 횟수도 적었고, 슈팅조차 거의 시도하지 못했다. 공격 가담도 적었음은 물론이다. 내리 0-2 패배. 스스로에게 짜증도 많이 냈다.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 탓에 고종수는 김 감독의 특별한 부탁으로 올 겨울 통영 전지훈련부터 수비 가담이 잦은 포지션을 맡게 됐지만 통통 튀는 그만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모처럼 4-1-3-2 포메이션의 미드필드 앞선을 책임진 고종수는 완벽한 부활을 예고했다. 이성운의 든든한 뒷받침 속에 제 위치로 돌아간 고종수는 날카로움과 세기를 적절히 조화한 패싱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고, 급기야 골맛까지 봤다. 김 감독도 흐뭇해했다. 시즌 2연패의 부진을 털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터라 부담도 한 결 덜어낼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 공식 인터뷰서 김 감독은 “(고)종수를 전진 배치한 게 주효했다”면서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물론 고종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진짜 실력이 맞지 않은 포지션 때문에 가려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부족한 선수층으로 인한 궁여지책이었지만 이 경기를 계기로 대전이 지난 시즌의 포지션으로 되돌아갈 확률이 높아졌다. 왕 코치도 이에 한 몫 거들었다. 첫 승을 자축하는 조촐한 뒤풀이 자리에 참석한 왕 코치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고종수는 누가 뭐라 해도 공격 성향을 갖고 있다. 그라운드를 펄펄 누비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지더라”며 기뻐했다. 짜릿한 결승골과 함께 팀에 감격적인 시즌 첫 승리를 안긴 고종수. 주장의 중책을 부여받고 다시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는 힘찬 날갯짓 뒤에는 본래의 포지션을 되돌려 준 '백전노장' 김 감독의 결단력과 혜안이 있었다. yoshike3@osen.co.kr 대전 시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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