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의 아픔이다. 전북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가 시즌 들어 큰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성장통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파장과 충격이 너무 크다. 양 팀은 올 시즌 치른 경기서 전패의 수모를 겪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정규리그와 컵대회서 3연패 수렁에 빠져 있고, 박항서 감독의 전남은 벌써 4연패다. K리그 2경기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경기도 모조리 패하고 말았다. 지난 19일 오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서 있은 대전 시티즌과 컵 대회 B조 개막전서 전북은 전반 4분 만에 제칼로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고도, 내리 2차례나 실점하며 1-2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전남은 광양 전용구장서 일본 J리그 클럽 감바 오사카에 3-4로 무너져 사실상 8강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맛봤다. 최 감독이나 박 감독 모두 그야말로 지옥같은 3월을 보내고 있다. 여지껏 승점을 올리지 못했던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내용 자체가 좋지 못했다는 부담감이 양 사령탑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환한 미소가 아닌 벤치 기둥을 붙잡고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는 포즈가 이들의 심경을 대변한다. 이유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축구팬들의 이해를 구하기에는 전남이 좀 더 수월한 편이다. 부상자가 지나치게 많다. 김치우가 최근 복귀했을 뿐, 고기구 곽태휘 송정현 등 토종과 함께 슈바와 산드로까지 죄다 부상자 리스트에 올라있다. 박 감독은 "4월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미래는 장담키 어렵다. 선수층이 본래 얇은데다 주전급 여럿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보니 박 감독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100퍼센트 전력을 구사해본 기억이 없다. 언제라도 부상자를 대체할 백업 요원도 없다.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특유의 끈끈함이 사라졌다는 평가는 당연하다. 전북의 경우는 전남과 다를 수 밖에 없다. 3경기를 치러 내리 1-2로 졌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동계훈련을 소화했고, 착실한 전력 보강을 통해 외적으로 큰 성장을 이끌어낸 전북이지만 결과는 기대에 조금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 감독은 "외형적 성장이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팀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경기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사기저하마저 우려된다"던 최 감독은 "우리 팀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고 말했다. 특별한 부상자는 없다. 더구나 선수층도 풍성해 충분히 주전급 기량을 갖춘 최태욱과 김형범조차 리저브 멤버에 포함될 정도다. 인프라 구축은 확실하지만 정작 팀 플레이를 주도하고 요긴하게 쓰일만한 선수는 부족하다. 최 감독도 "팀에서 요긴하게 쓰일 선수가 없다"고 인정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조재진이다. J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 무대에 안착한 조재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에게 매끄러운 패싱 연결을 해줄 인원은 없다. 상대를 공격할 미사일은 있는데 발사대가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박 감독과 최 감독 모두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수없이 많은 경기를 지더라도 한 번을 제대로 이길 수 있는 전북을 만들어보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박 감독은 "지금은 부진하지만 곧 나아지리라 믿는다. 전남은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