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한화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깊고 풍부한 선발진을 자랑했다. 팀 방어율은 전체 3위(3.54)였지만 선발진 방어율은 전체 1위(3.48)였다. 선발진 투구이닝이 가장 많은 팀도 바로 한화(744⅔)였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마땅한 전력보강이 없는 한화는 올해도 선발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범경기를 통해 한화는 1~5선발 로테이션을 거의 구축했다. 한층 더 젊어지고 신구조화가 이루어진 선발진 구성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선발 류현진 한화 제1선발은 변함없이 ‘괴물 에이스’ 류현진(21)이다. 지난 2년간 에이스로서 팀을 지탱했던 류현진에게 거는 기대는 하늘만큼 땅만큼 크다.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2경기에 선발등판해 1패 방어율 6.23으로 부진했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캐나다전에서 1⅔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돼 우려를 샀지만 어디까지나 예기치 못한 장염으로 인한 부진이었다. 마운드에서 온 힘을 다하지 못하고 부들부들거리며 투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류현진은 “배탈은 이제 다 나았다. 아무 문제없다”고 미소를 띠며 올해도 제1선발이자 에이스로서 활약을 예고했다. 2선발 정민철 정민철은 지난해 완전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는 제2선발이라는 더 큰 중책을 맡았다. 시범경기에서는 2게임에 선발등판, 4이닝 방어율 2.25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대전 SK전에서 갑작스런 담 증상으로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도 갑작스런 허리 통증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 정민철에게는 몸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정민철은 200이닝을 목표로 설정하며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2002년 송진우는 만 36살의 나이에 리그에서 가장 많은 220이닝을 던지며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올해 정민철도 만으로 36살이다. 3선발 유원상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선발로 낙점받은 유원상(22)은 시범경기에서도 비교적 호투하며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제3선발로 합격점을 받아냈다. 시범경기에 3번 모두 선발등판, 1승1패 방어율 3.77을 기록했다. 김인식 감독은 “공 구위는 좋은데 제구가 안 좋은 것이 흠이다. 하지만 생각 외로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범경기에서 9이닝당 사사구가 5.02개이고, 이닝당 투구수도 17.7개로 많은 편이다. 대신 위력적인 공으로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 유원상은 “볼 스피드를 늘리려다 보니 밸런스가 나빠져 제구가 높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우완 파워피처로서 싱싱한 구위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4선발 윤규진 류현진-유원상과 함께 한화 선발진에 새로운 '젊은 피'로 떠오른 투수가 바로 윤규진(24)이다. 물론 윤규진은 류현진-유원상보다 먼저 입단해 실적을 보인 선배다. 부상으로 지난 2년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올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선발투수로 통과했다. 시범경기 3게임 모두 선발등판해 1패를 기록했지만, 방어율은 3.29로 좋은 편이다. 특히 9일 대전 KIA전, 20일 잠실 LG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유원상처럼 제구가 되지 않지만 공에 힘이 있어 윽박지르는 타입이다. 김인식 감독은 윤규진의 제구력을 지적하면서도 뛰어난 구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제4선발로 올 시즌 개막을 맞을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5선발 송진우? 류현진-정민철-유원상-윤규진으로 4인 선발 로테이션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남은 5선발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상 첫 20년차 송진우(42)는 유력한 제5선발 후보다. 송진우는 시범경기 2게임에서 모두 선발로 등판, 방어율 3.38로 호투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안정된 피칭 때문에 보직이 유보됐다. 김인식 감독은 “중간이 약해 걱정이다. 송진우는 선발로도 쓸 수 있지만 중간에서도 잘 던진다. 다른 선수를 보고 송진우의 보직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영명을 제외하면 한화 불펜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없다. 불펜에서 등판하다 5선발로 기용되는 스윙맨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송진우는 “몸 상태가 좋다. 시즌이 되면 더 좋아질 것”이라며 24살이라도 믿기지 않을 승부근성을 드러내고 있다. 류현진-양훈-정민철-유원상이 덕아웃에서 나란히 서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