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 노장 김인식(61) 한화 감독이 요즘 프로야구판의 대세가 되고 있는 ‘뛰는 야구’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 20일 잠실구장 LG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요즘 각 팀이 빠른 선수들이 많다. 도루가 많아졌다’는 물음에 김 감독은 “발빠른 선수가 많으면 좋지. 기본적으로 뛰는 야구는 좋은 일이지만 무조건 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상황에 맞는 도루가 진짜”라며 그만의 해석을 내놓았다. 김 감독은 “결정적인 상황에 허를 찌르는 도루를 해야 한다. 많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나 승패가 결정된 경우에 뛰는 도루는 의미가 없다. 많이 뛰다가 부상만 당할 수 있다”며 틈만 나면 도루를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주 도루를 시도하다가 2루에서 수비수와 부딪히거나 슬라이딩이 잘못돼 자칫 부상으로 이어져 낭패를 볼 수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도루는 투포수가 신경을 많이 쓰면 막을 수 있다. 배터리가 느슨해서 문제”라면서 김 감독은 시도 때도 없이 ‘뛰는 야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하기 보다는 팀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성공하는 도루가 진짜라는 지론을 밝혔다. ‘국가대표 선수가 가장 적은 한화가 올 시즌 꼴찌 후보’라면서 짐짓 엄살을 부리고 있는 김 감독은 “결국 시즌 성적은 부상 선수가 얼마나 적으냐에 달려 있다. 부상 선수가 나와도 대체하는 방안과 빨리 회복시켜 다시 전력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만의 ‘페넌트 레이스 운용법’을 살짝 드러냈다. 김 감독은 한화는 국가대표가 투수 류현진 한 명 밖에 없었고 우리 히어로즈는 4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농담을 하며 올 시즌 판도를 예상했다. 김 감독이 이처럼 ‘무조건 뛰는 야구’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배경에는 ‘부상 방지가 최상의 방책’이라는 베테랑 감독의 시즌 운용의 한 일면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뛰는 야구’로 배터리를 흔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김인식 감독은 ‘도루보다는 부상 방지’를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발 빠른 선수가 많지 않은 한화 사정도 그렇겠지만 도루 등 ‘스몰 볼’보다는 홈런 등 한 방으로 해결하는 ‘빅볼’을 선호하는 김인식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