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에 '군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광주 상무의 돌풍이 거세게 불어치며 전통의 강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로 6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이강조 감독의 광주는 한때 '승점 제물'이라는 오명을 들어왔지만 올 시즌은 확 달라졌다. 지난 9일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개막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전통의 강호 성남 일화를 홈으로 불러들인 광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1로 비겼다. 첫 골의 주인공도 광주에서 나왔다. 후반 18분 박규선의 패스를 잡은 김명중이 시도한 슈팅은 정성룡이 지킨 성남 골네트에 '명중'했다. 1분 뒤 최성국에 동점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대단히 값진 승점 1점이었다. 16일 열린 K리그 2라운드가 절정이었다. 대구 FC를 4-2로 물리친 경남 FC와 원정 경기를 치른 광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34분 이길훈과 후반 11분 김명중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광주의 무패 행진은 컵 대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울산 현대와 19일 원정 경기서 팽팽한 접전 끝에 0-0으로 끝냈다.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팬들도 광주의 예상 밖 선전에 깜짝 놀란다. 올 시즌 이강조 감독의 목표는 7~10승이다. 반타작도 안되지만 광주에게는 '7승'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최고 순위(8위)를 기록한 2004년 6승을 거뒀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참가 첫 해였던 2003년 광주는 13승 7무 24패(승점 46)를 기록, 10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처럼 경기수가 20경기 가량이 아닌 무려 44경기로 비현실적인 일정에 힘입은 바가 컸다. 주력 상당수가 매년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일정한 전력을 유지할 수도, 조직력을 다지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광주는 용병들조차 영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늘 최하위권 후보 1순위였다.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남궁도(포항)와 이동식(제주)이 전역했지만 성남의 주전 골키퍼 김용대가 가세하며 골문의 안정을 이뤘다. 왼쪽 미드필더 박규선의 입대도 큰 힘이 됐다. 올림픽대표 출신 김승용을 중심으로 박규선과 이길훈이 포진하는 공격 라인은 어지간한 국내 프로팀을 상대로 해도 부럽지 않다. 한태유와 2골을 몰아친 김명중의 활약도 놀랍다. 막 출발선을 벗어난 단계이나 광주의 초반 선전은 다른 팀이 아직 팀 구성이 제대로 끝나지 않은 데다 조직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롯됐을 확률도 높다. 아직 용병 영입이 마무리 안된 팀도 여럿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광주가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란 점이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갖췄고, 골문도 안정됐다. 공격도 나름대로 훌륭한 편이다. 모든 구성원의 실력이 상당하다. 광주는 어쩌면 올 시즌을 끝으로 연고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물론 광주에 새로운 팀이 창단된다는 가정에서다. '꼴찌 탈출'을 위한 광주의 마지막 목표가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