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해야 하는데". 김성근(66) SK 감독과 이광환(60) 우리 히어로즈 감독이 나란히 하늘을 바라보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은 지난 22일 문학구장서 열린 시범경기에 앞서 1루 덕아웃 벤치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다. "꼴찌팀 후보 두팀이 경기를 한다"며 농담을 주고 받던 양 감독은 주로 선수들의 부상과 관련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는 26일에는 나이트게임으로 양팀이 연습경기를 치르자고 결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양 감독은 다음날(23일) 비가 예보돼 있단 소식을 듣고 "내일 비가 오면 안되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를 꼭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느낌은 분명하게 차이가 있었다. 김 감독이 걱정하는 것은 23일 선발로 내세울 예정인 김광현 때문이다. 김광현은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이 끝난 후 대표팀에서 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왼 어깨 뒤쪽 근육통을 호소해 시범경기 동안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시범경기 마지막날인 23일에야 실전투구가 가능해졌으나 비 때문에 가능할지 의문이다. 비로 경기가 취소될 경우 김광현은 국내 타자를 상대로 한 실전 피칭 없이 시즌을 맞아야 한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대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부상 후 있을지도 모르는 투구폼의 변화나 경기를 통해 드러나는 좋지 못한 버릇을 체크할 기회가 사라진다. 실제로 김 감독은 대표팀에서 뛰던 김광현의 모습을 보며 투구폼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듀오 레이번과 쿠비얀의 뒤를 받쳐줘야 하는 3~5선발 로테이션 구축에도 애를 먹게 된다. 김광현, 채병용, 송은범, 이영욱 등이 후보들이지만 우선 순위를 정하기 힘들어진다. 이외에도 오른손 중간 투수들을 점검해 개막 엔트리를 확정해야 하는데 그런 기회마저도 놓치게 된다. 이 감독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 자체가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센테니얼, 우리 히어로즈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더구나 주축선수들은 연봉협상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합류가 더 늦었다. 몸을 제대로 갖춘 선발진도 사실상 전무하고 타자들의 타격감도 돌아오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 이 감독은 "한 달만 더 빨랐어도 괜찮았을텐데. 너무 아쉽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한 경기라도 더 해서 실전 감각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비 때문에 경기를 못하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히어로즈는 홈인 목동구장이 황금사자기 전국야구대회가 열려 연습조차 할 수도 없는 상태다. 이래저래 운동량이 부족하다. 이 감독은 "여기(문학구장)는 비가 오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본 뒤 배수시설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고 "(비가) 조금 와도 그냥 할 수 있겠다"고 말하며 SK 덕아웃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SK쪽에서도 경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의 눈길이었다. 히어로즈는 홈구장이 있으면서도 마음 편하게 훈련할 수가 없다. 현재 목동야구장은 황금사자기 전국야구대회로 쓸 수가 없다. 따라서 개막전 직전까지 연습할 곳이 필요하다. 다행히 히어로즈는 훈련상대와 연습장소를 동시에 구했다. 25일 LG(구리), 26일 SK(문학), 27일 고려대(송추) 28일 훈련(연세대)의 일정이다. 한편 이 감독은 목동구장에 대해 "사실 아마추어 대회를 위해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중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아마(아마추어)에 미안한 일이지"라고 아쉬워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