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스타 플레이어는 평소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 그럼으로써 많은 팬들과 언론이 그를 주목하고 스타 플레이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스타 플레이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빅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영웅' 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는 경기, 즉 큰 경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 유럽 클럽에서 뛴 적이 없는 펠레가 세계적인 빅스타가 된 것도 월드컵에서 활약 때문이었고 마라도나가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도 월드컵 등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한 덕분이었다. 오늘날 지네딘 지단을 세계인의 머리 속에 각인시킨 것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 2골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멋진 발리슛이었다.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밤과 24일 새벽 맨체스터와 런던에서 열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2경기는 영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이라고 일컬어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첼시 그리고 리버풀이 맞대결을 펼친다. 맨유-리버풀, 아스날-첼시 카드다.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이 몰려있는 만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도 이들간 맞대결을 모두 일요일에 특별 편성했다. 부활절(Easter)이기도 한 이날을 '그랜드슬램 선데이' 라고도 한다. 그랜드슬램 선데이 경기에서 영웅을 꿈꾸는 그리고 영웅이 될 수 있을 만한 4인을 꼽아봤다.. ▲ 안데르손, '꿈의 극장' 주연을 꿈꾼다 1988년생. 만으로 20세, 우리 나이로는 21세의 안데르손이 올드 트래포드에 온 것은 아직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시즌 초반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못해 허둥대던 그의 모습은 이제 온 데 간 데 없다. 이미 어엿한 맨유의 일원이 되어 중원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안필드에서 리버풀과 맞붙었을 때(당시 맨유 1-0 승리) 폴 스콜스를 대신한 안데르손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안데르손의 장점은 다양한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 실제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최근 들어 안데르손을 중앙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바 있다. 삼각형의 꼭지점 자리에 위치한 안데르손은 개인 기술과 패싱 능력으로 공격의 시발점으로 역할을 충분히 했다. 안데르손은 리버풀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유나이티드 리뷰' 와 인터뷰에서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고 노래할 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며 "최선을 다해 그들에게 보답해주어야 한다. 이번 리버풀전에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물론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축한 퍼거슨 감독이 안데르손을 출전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 페르난도 토레스, 자신의 진가 보여줄까? 최근 페르난도 토레스(24)가 보여주고 있는 골감각은 '절정' 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최근 5경기에서 9골, 올 시즌 27골을 넣은 그는 그동안 리버풀의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최전방 스트라이커 부재를 말끔히 해결했다. 특히 스티븐 제라드와 호흡은 환상적이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둘의 콤비네이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토레스가 기록한 27골 중 맨유전에서 기록한 골은 없다. 지난해 12월 안필드에서 가진 맨유전에서 토레스는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등에게 철저히 막히며 이름값을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에게 질좋은 패스를 공급해주는 제라드도 맨유의 강력한 미드필더들에게 막히며 토레스에게 공을 제대로 넣어주지 못했다. 이번 맨유전도 이렇게 될 확률이 높다. 특히 맨유 홈에서 펼쳐지는 만큼 제라드는 맨유의 미드필더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웬 하그리브스나 마이클 캐릭, 대런 플레처, 폴 스콜스 등 많은 자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토레스 역시 다른 경기와는 달리 제라드의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토레스에게 이번 맨유전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비단 득점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공격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즉 토레스가 수비를 달고 다니며 생기는 공간을 제라드나 다른 선수들이 침투할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맨유전에서 보여준다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세스크 파브레가스, '잠든' 아스날을 깨워라 올 시즌 앙리의 이적 공백에도 불구하고 아스날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것도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리그에서 최근 네 경기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선두 자리를 맨유에게 내어준 것. 특히 지난 2월 16일 맨유와 FA컵 16강전 0-4 대패가 컸다. 이후 챔피언스리그를 제외하고 아스날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첼시를 만난 아스날로서는 승점 3점이 꼭 필요하다. 첼시와 맞대결에서 패배한다면 2위 자리마저도 위태롭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타개할 인물로 기대받는 존재가 바로 세스크 파브레가스다. 21세의 파브레가스에게 어쩌면 아스날이라는 팀을 맡기는 것은 가혹한 처사일 수도 있다. 경쟁팀을 봤을 때도 팀의 중추가 되는 선수들은 모두 베테랑들이다. 스콜스, 제라드, 람파드 등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들이다. 그러나 현재 아스날에게는 그런 베테랑이 없다. 적어도 중원에서는 말이다. 일단 그동안 파브레가스가 보여준 '영웅적 행보' 가 그에게 큰 기대를 갖게끔 한다. 2003년 10월 16세 177일의 나이로 1군 무대에 데뷔한 파브레가스. 이는 아스날의 최연소 선수 기록이다. 이어 같은 해 12월 3일에 파브레가스는 울버햄튼과 칼링컵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최연소 득점 기록(16세 212일)도 세웠다. 파브레가스가 큰 경기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지난 2006년 3월 28일 유벤투스와 8강 1차전이었다. 당시 파브레가스는 선제골을 집어넣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들어 팀의 중추로 거듭나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4일 AC 밀란과 경기에서 또다시 선제골을 잡아내며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당시 홈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기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밀라노의 산시로 경기장서 벌어질 2차전에서는 아스날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파브레가스의 활약은 이들을 뛰어넘었다. 첼시와 경기 역시 중원에서 판가름이 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파브레가스가 이제까지 보여준 것처럼 큰 경기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 히카르두 카르발류, 흔들리는 수비를 복원하라 첼시로서는 토튼햄과 경기에서 4골이나 내준 것이 이번 아스날전을 앞두고 큰 불안 요인이다. 올 시즌 3골 이상을 내준 경기는 단 2번에 불과할 만큼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한 첼시였으나 토튼햄과의 경기에서 4골을 내주며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특히 이것이 아브람 그랜트 감독의 선수 기용상 문제로 몰리면서 그 충격은 더하다. 이럴 때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주축 선수들이지만 현재 첼시의 핵심멤버들은 코칭스태프와 불화로 어수선하다. 지난달 칼링컵 결승전을 앞두고 주장 존 테리가 텐 카테 코치와 언쟁을 벌이더니 지난 토튼햄전이 끝난 후에는 드록바가 라커룸에서 코치진과 설전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이후 꾸준히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카르발류(30)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카르발류는 존 테리에게 가려져 있지만 첼시의 수비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특히 테리가 부상으로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2개월간 뛰지 못할 때 알렉스 등과 함께 첼시의 수비를 이끌어왔다. 이번 아스날전에서도 카르발류는 테리와 함께 아데바요르, 반 페르시 등을 막아야 하는 중임을 소화해야 한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