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기록' 이면에 '위기 관리 능력'
OSEN 기자
발행 2008.03.23 11: 4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 기록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두산 외국인 좌완 게리 레스(35)가 그렇다. 시범경기 3게임 모두 선발등판한 레스는 2승1패를 거뒀다. 방어율은 1.8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어율만으로 시범경기에서 레스를 설명할 수 없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73으로 시범경기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하위이며 피안타율도 무려 3할3푼3리나 된다. 레스는 지난 2001·2002·2004년 3년간 국내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검증된 외국인 투수다. 2001년 KIA에서 데뷔, 2002년 두산에서 16승을 올리며 빛을 보았다. 2003년 일본을 거쳐 돌아온 2004년에도 두산에서 17승을 올리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레스가 3년간 한국에서 거둔 40승은 팀 동료 맷 랜들과 함께 다니엘 리오스(90승)에 이어 외국인선수 최다승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레스가 3년간 남긴 족적은 뚜렷했다. 그러나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레스는 만 35살 노장이 됐다. 삭발로 위장했지만 부쩍 적어진 머리숱은 세월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대만에서는 부상으로 시즌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이 레스를 재영입한 것은 어차피 볼 스피드나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고, 국내에서의 경험이 많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레스 본인도 한국행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레스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시범경기 3게임 모두 5이닝을 던져 2실점 이하로 막았다. 지난 8일 제주 SK전에서는 5이닝 7피안타 1볼넷 2실점, 15일 잠실 LG전에서는 5이닝 4피안타 2볼넷 무자책점, 22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9피안타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0km대 중후반으로 140km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느렸다. 하지만 원래부터 레스는 그런 투수였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레스는 원래 스피드 피처가 아니라 컨트롤 투수다. 스피드는 기대하면 안 된다. 대신 위기에서 막아내는 테크닉이 좋다”고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았다. 실제로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레스는 9피안타 3볼넷을 허용하고도 1실점으로 막았다. 병살타만 2차례나 유도해내는 등 위기 관리능력이 좋았다. 이날 레스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겨우 1할1푼1리. 시범경기 전체 득점권 피안타율도 1할9푼밖에 되지 않는다. 득점권에서 병살타만 4차례나 유도했다. 서클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로 땅볼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이왕이면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레스는 시범경기에서 소화한 전체 15이닝 가운데 삼자범퇴는 3이닝밖에 없었다. 이닝당 투구수도 평균 16.5개로 많았다. 레스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20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2002·2004년 200이닝 이상을 던진 전례가 있는 레스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위기 관리능력만큼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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