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대도 계보는 내가 잇는다'. KIA 타이거즈는 전신 해태 시절부터 대도(大盜)들의 둥지였다. 프로 원년이던 1982년 53차례 루를 훔친 김일권을 비롯해 천부적인 주루 센스를 갖춘 이순철이 있었으며 그 다음은 이종범(38)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2년에는 김종국(35)이 50개의 도루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KIA는 2003년 이종범(50개) 이후 4년 동안 도루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용규(23)가 2005, 2006년 각각 31개(2위), 38개(3위)의 도루를 기록하며 새로운 대도 출현을 예고했으나 지난 시즌에는 발목 부상 여파로 17개(13위)의 도루에 그쳤다. 올 시즌 KIA는 윌슨 발데스(30)라는 새로운 모터를 달고 다시 한 번 '도루왕 배출'에 나선다. 발데스는 막을 내린 시범경기 9게임서 출장해 2할6푼7리 1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그의 도루능력은 전성기 시절 이종범을 연상케 할 정도로 탁월하다. 발데스는 도루 시도 10회를 실패없이 모두 성공했다. 견제사 하나가 있으나 이를 제외하면 발데스의 도루능력은 완벽에 가깝다. 스타트와 스피드, 슬라이딩 능력 등 이른바 '3S'를 모두 갖춘 주자다. 발데스는 장타를 노리는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2루 도루 기회를 많이 얻게 될 것이다. 발데스 본인 또한 "장타를 노리기보다 정확히 맞추는 팀 배팅을 하겠다. 도루 기회가 오면 거침없이 뛸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돌적인 주루플레이로 도루왕을 노리는 발데스의 등극 여부는 바로 출루율에 달려있다. 지난 1999년 삼성에서 뛴 빌리 홀은 그 해 47개(도루 성공률 81%)의 도루를 기록하며 역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빠른 발을 자랑했다. 그러나 타율 2할4푼4리, 출루율 3할3리로 타석에서 너무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뛰는 발은 갖췄으나 도루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능력은 부족했다. 반면 발데스는 3할7푼1리로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표본이 36타석에 불과하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무조건 맞추기만 하는 타자는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엄청난 타격 침체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홀보다는 안정적인 출루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외국인 선수로 타이거즈 대도 계보에 도전하는 발데스. 그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KIA 타이거즈 제공. chu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