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합니다’, 현실은 냉혹해도 시선은 따뜻하니까
OSEN 기자
발행 2008.03.24 08: 50

SBS TV 주말드라마 ‘행복합니다’(김정수 극본, 장용우 연출)가 상당한 인기다. 지난 23일 밤 방송된 ‘행복합니다’ 14회는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 전국 시청률 25.5%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시청률은 30.6%. 이 정도면 ‘행복합니다’는 이미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합니다’는 사실 굉장히 위험한 드라마다. 돈이라는 자본주의 가치 척도 앞에 정확히 양분된 상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가와 중산층을 대비시키고, 재벌가의 딸-아들과 권투선수, 또는 고아원 출신의 사람들을 대비시켜 그리고 있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단어로 서로를 연결시키기는 했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속내는 시커멓게 타버렸다. 그런데 드라마 속의 이러한 계층화를 두고 아무도 시비를 거는 이가 없다. 오히려 박수치고 좋아하고 있다. 그것은 ‘행복합니다’가 이미 계층화된 세상을 매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바다’ ‘한강수 타령’ ‘누나’처럼 가벼운 일상보다는 삶의 의미와 교훈에 더 무게를 두는 김정수 작가의 세계관이 극에 고스란히 녹아 든 덕분이다. 계층간의 갈등에서 드라마는 출발했지만 그 지향점은 화해요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해 ‘행복합니다’를 보는 시청자도 함께 행복을 느낀다. 재벌가의 안주인인 이휘향이 그리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 작가의 복잡하고도 조심스러운 심리를 잘 알 수 있다. 상욱과 서윤, 그리고 애다 세 남매의 엄마인 이휘향(이세영 역)은 매우 속물적인 마음을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담아내고 있다. 그 수다스러운 눈물이 때로는 이해가 가는 게 이휘향의 복합적인 캐릭터에서 출발한다. 코믹하고 과장되지 않고는 이 냉혹하고 짜증스러운 현실을 시청자가 기분나쁘지 않게끔 이해시킬 도리가 없다. 23일 방송분에서 신혼여행을 갔다 온 사위의 뒤통수를 때리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드는 장면을 상상신으로 처리한 것은 이휘향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한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비록 상상이었지만 이휘향은 잠시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었고 그 설정을 보는 시청자들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재벌집 마나님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장모가 사위의 뒤통수를 친다는 표면에 집착해 시비를 걸지 않고 그 이면을 아량 있게 이해하려 했다. 이 아량은 일찌감치 작가가 뿌려둔 씨앗이다. 덕분에 ‘행복합니다’는 뒷맛이 개운한 드라마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한 주일을 시작하면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그런 뒷맛이다. 연일 자체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행복합니다’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괜히 나온 결과는 아니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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