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타저' LG, 김재박의 해법은?
OSEN 기자
발행 2008.03.24 10: 1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8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일. LG는 삼성과 대구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석패했다. 고졸신인 정찬헌이 2⅓이닝 3탈삼진 포함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치는 등 마운드는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잔루만 11개나 기록하는 등 타선이 집중력 부재를 드러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모습은 시범경기에서도 반복됐다. 타율(0.231)과 장타율(0.299) 모두 7위에 그쳤고 출루율(0.318)도 5위에 머물렀다. 시범경기 경기당 평균 득점도 3.67점으로 7위에 불과했다.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가장 약한 팀 타선이었다. 올해 LG의 화두는 투고타저 팀으로서 살아남는 법이다. ▲ 투고타저 팀들 가장 최근의 투고타저 팀은 2006년 두산이었다. 김동주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려버린 가운데 심각한 타격 부진을 겪었다. 2006년 당시 1위와 0.03밖에 차이나지 않으며 팀 방어율 4위(3.36)를 차지한 두산은 팀 득점이 455점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타율은 2할5푼8리로 리그 전체 2위였지만 장타율(0.347)·홈런(55개)로 최하위였다. 전체 1위의 도루(132개)로 만회했지만 중심타선 중량감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두산은 막판까지 KIA와 4위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포스트시즌에 떨어졌다. 다니엘 리오스는 24차례 퀄리티 스타티와 등 방어율 2.90에도 불구하고 승수(12)보다 패수(16)가 더 많았다. LG가 마지막으로 가을잔치에 올랐던 2002년에도 투고타저의 팀이었다. 방어율 4위(3.93)였지만 1위와는 0.01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그러나 타율 6위(0.261)에 그쳤고, 출루율(0.337)과 장타율(0.332)도 각각 리그 7·5위에 그칠 정도로 물타선이었다. 팀 득점도 583점으로 7위, 팀 홈런도 100개로 7위였다. 하지만 LG는 김성근 감독의 벌떼 마운드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냈다. 당시 LG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팀 희생번트(93개)와 두 번째로 많은 팀 도루(140개)를 성공시켰다. 장타에 의존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한 스몰볼로 득점루트를 극대화했다. 2001년 SK도 마운드는 좋지만, 타격이 문제였던 팀이다. 이승호·에르난데스·김원형·오상민을 앞세워 방어율 2위(4.38)를 차지했다. 타율(0.260)·출루율(0.337)·장타율(0.391) 모두 리그 최하위를 마크하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득점도 596점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하지만 그해 SK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희생번트(122개)와 세 번째로 많은 도루(123개)를 성공시키며 득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SK는 비록 7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지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벌였다. 4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한화와는 불과 2.0경기차 밖에 나지 않았다. ▲ 김재박의 해법 LG 부임 2년째를 맞는 김재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택했다. 지난해 투수와 타자 1명씩으로 채웠던 외국인선수를 올 시즌에는 2명 모두 투수로 결정했다. 크리스 옥스프링과 제이미 브라운은 ‘토종 에이스’ 박명환과 함께 선발진의 원투스리 펀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크고,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가 있어도 약했던 타선이라 걱정이 크다. 시범경기에서도 이 같은 타선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나타나 김재박 감독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 감독은 “어차피 팀 타율은 2할5푼에서 6푼대다. 잘해야 2할7푼대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타타율 최하위 삼성이 2할5푼4리였고 1위 현대가 2할7푼1리였다. 하지만 현대는 타율 1위에도 불구하고 득점은 530점으로 6위에 그쳤다. 또 출루율(0.364)·장타율(0.384)도 각각 1·2위였지만 주자를 홈으로 많이 부르지 못했다. 단순한 타율보다도 중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 김재박 감독은 이 부분을 노릴 생각이다. 공격적인 주루플레이와 다양한 작전으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2000년대 투고타저의 팀들이 극악의 물방망이에도 불구하고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탄탄한 마운드였다. 하지만 기동력과 작전으로 물방망이를 보완한 부분도 컸다. 2002년 김성근 감독의 LG는 대표적인 성공사례였다. 마침 지난해 LG도 도루 3위(130개)를 차지했을 정도로 기동력이 좋은 팀이다. 또한 김재박 감독 부임 2년째를 맞아 선수와 벤치의 호흡도 척척 맞아떨어 질 것이라는 기대다. 무엇보다 김재박 감독은 현대 시절부터 득점을 가공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였다. 투고타저 팀 LG가 믿을 건 김재박 감독뿐이다. 물론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지 않게 할 마운드와 박용택·최동수·이성렬·김상현 등 중심타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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