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준익(49) 감독이 대작을 들고 돌아온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블록버스터 '님은 먼 곳에'(타이거픽쳐스)다.
제작자 출신의 이 감독은 적은 돈을 갖고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며 알뜰하게 영화를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순제작비 70억원을 쏟아부어 태국 칸차나부리에서 5개월 동안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한 작품이 '님은 먼 곳에'다. 이 감독 왈, "내가 찍었으니 70억원 정도에서 끝났지, 이 정도 전쟁영화면 보통 100억원 이상 들어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생애 처음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은 이 감독의 소감은 어떨까. "5개월 동안 순이라는 인물의 감정과 베트남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절박한 사연에 깊이 몰두해 있었다"며 "막상 촬영을 끝내려 하니 허탈감과 만족감이 동시에 밀려온다"고 했다.
'님은 먼 곳에'는 1971년을 시대 배경으로 시골 아낙네 순이가 위문공연단 가수 써니로 변신, 베트남전 파병 용사인 남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이 감독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멜로 라인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왕의 남자'로 깜짝 1000만 관객 돌파를 기록한 이 감독은 이후 4회 연속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탄탄대로를 달리는 중이다. 한국영화사에서 흔치않은 기록으로 꼽힌다. 2003년 흥행 사극 '황산벌'을 시작으로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 영화 '황산벌'이 전국 280만명 관객을 불러모으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외화 수입 시장의 채산성 악화로 빚을 졌던 제작자 이준익이 흥행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낸 시기다. 박중훈 정진영 이문식 주연의 '황산벌'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황산벌 전투를 소재 삼은 사극으로 평단과 관객에게서 동시에 호평을 받았다.
두번째 영화 '왕의 남자'(2005년)로는 대박을 쳤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한국영화 사상 3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1230만명으로 마무리를 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왕의 남자’의 경우 기존 1000만 관객 영화들과 달리 대작도 아니었고, 스크린 독과점 논란없이 순수히 관객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한국영화 역대 흥행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세번째 영화 ‘라디오 스타’는 2006년 추석 때 막을 올려 평단의 열렬한 호응과 함께 빛이 살짝 바래가던 스타('라디오 스타' 안성기 박중훈)를 되살렸다. 180만명 관객으로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섰고 이 감독은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등의 중견배우에 신예 장근석을 캐스팅한 감동 드라마 '즐거운 인생'은 그중 성적이 나빴던 경우다. 100만명은 넘었지만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나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라디오 스타'와 닮은 꼴이고 연속성을 갖춘 작품이다. 보고 있자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져 눈물이 찔끔 나오고, 우리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스크린 속 배우들 모습에 실소가 피식 터진다.
두 편씩의 연속성을 강조했던 이 감독은 올해 새롭게 전쟁 멜로 장르를 택했다. 제작비 규모도 예전과 달리 크게 늘렸다. 수애 정진영 엄태웅 정경호를 앞세운 그의 신작 '님은 먼 곳에'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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