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이창훈, 선수 자존심 걸고 은퇴 '선언'
OSEN 기자
발행 2008.03.24 18: 09

조지 루카스 감독의 명작 '스타워즈'시리즈를 보면 정의의 기사인 제다이 중에서 출중한 12인을 골라 '마스터'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한다. 한국e스포츠의 대표격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이창훈(24)은 스타워즈의 마스터 격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e스포츠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었던 삼성전자의 팀플레이에 기둥이 돼 약체 삼성전자를 강팀으로 변모시키며 간판 구실을 하던 이창훈이 전격 은퇴를 선언해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이창훈은 OSEN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선수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헌신했던 것은 수포로 돌아갔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창훈은 지난 2007 후기리그서 2승 8패의 하향세를 보였지만 전기리그서 11승 4패의 빼어난 성적으로 삼성전자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리그 통산 성적은 69승 56패로 다승 3위, 팀플레이 65승 51패 1위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이창훈이 은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연봉 협상'. 2007시즌 70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그가 2008시즌을 앞두고 23% 삭감(5300만 원)을 제시한 프로게임단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이창훈은 "계약을 앞두고 팀 프런트가 바뀌면서 전년도 계약을 맺은 사항이 완벽하게 틀어졌다. 후기리그 부진으로 인상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팀에 공헌한 것과 계약 사안 내용 자체가 내 성적이 아니라 팀의 팀플레이 성적에 기준한 것이라 일방적인 삭감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창훈은 지난 7일 팀에서 나와 13일 열린 소양교육과 19일 열린 e스포츠대상에 불참해 신변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굳혔다. "은퇴를 결정하기 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고, 또 후배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 물론 5300만 원이라는 돈은 큰 돈이다. 그러나 3년간 헌신하고 공헌한 가치보다는 단지 후반기를 망쳤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게이머가 저평가 받았다는 사실은 참기 힘들었다." 이창훈은 "갑작스런 은퇴 결정이 너무 죄송스럽지만 선수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연봉협상이 아닌 통보식의 프로게임단 관행도 너무 싫었다. 18살에 데뷔해서 지난 7년간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다. 쉬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싶다"고 아쉬움 섞인 심경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창훈은 "e스포츠를 사랑하고, 삼성칸을 정말 사랑했고,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삼성전자 칸으로 남고 싶어 이적하지 않고, 은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창훈의 은퇴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 사무국 관계자는 "단지 연봉 협상의 결렬로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군 문제도 걸려있는 상황이다. 선수가 원한다면 타 팀으로 이적시켜줄 용의가 있다"고 해명했다. scrapper@osen.co.kr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이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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