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조짐은 좋다. 실력도 어느 정도 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특유의 쇼맨십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KIA가 올 시즌 영입한 빅리거 출신 우완 선발 투수 호세 리마(36)가 시즌 초반부터 경기장 안팎에서 주인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13년간 89승102패, 방어율 5.26의 성적으로 그동안 한국무대에 진출했던 외국인 투수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리마는 시범경기 3번의 선발 등판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과시했다. 리마는 리허설격인 시범경기서 17이닝 2실점, 방어율 1.06으로 빅리거 출신 다운 실력을 증명했다. 최고구속 시속 143km의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한국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았다. 직구는 대부분 130km대 후반이고 변화구는 체인지업 하나만을 보여줬다. 또 안타를 맞고 주자를 내보내도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일단 실력은 수준급임을 보여준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나고 일본야구에도 가지 못하는 등 휴스턴서서 21승을 올릴 때(1999년) 만큼 구위는 아니지만 한국무대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메이저리그 시절 ‘응원단장’으로 관중들과 호흡했던 리마는 한국무대에서도 ‘리마타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라운드뿐 아니라 장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먼저 특이한 모자로 관중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리마는 모자 뒤쪽에 송진가루를 듬뿍 뿌려 하얗게 만들어 마운드에 오른다. 심판진이 혹시 이물질을 묻히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고 집중관찰할 정도로 눈에 띈다. 그동안 한국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여기에 ‘한국식 인사법’을 능숙하게 선보여 한국 선수들과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리마는 경기가 시작될 때 구심으로부터 공을 받은 후 마운드에서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한다. 한국인 첫 빅리거인 박찬호와 ‘나이스 가이’ 서재응이 미국무대에서 선보여 미국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인사법을 벌써 능숙하게 체득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몸에 맞는 볼을 던진 후에도 상대 타자에게 ‘고의성’이 없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모자를 벗어 사과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동안 보았던 외국인 투수들과는 사뭇 다른 한국무대 적응법이다. 리마는 메이저리그 시절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면서도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를 부른 것을 비롯해 팀이 이길 때나 역전 분위기를 탈 때 덕아웃 앞에 나와 연신 두 팔을 들어올리고 박수를 치며 관중들의 응원을 유도하는 등 팬들과 함께 하기를 즐겼다. 이른바 ‘리마 타임’의 유래다. 리마는 한국무대에서도 ‘리마 타임’을 재현하겠다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에서 성공해 일본에도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있는 리마가 그라운드 장내장외에서 올 시즌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기인’ 리마의 투구와 이벤트를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프로야구 흥밋거리 중 하나다. sun@osen.co.kr 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