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화제' 정대세, 일본에서는?
OSEN 기자
발행 2008.03.25 12: 15

요즘 한국 축구계 최대 키워드는 북한 대표팀의 '에이스' 정대세(24, 가와사키 프론탈레)다. 일반 팬들은 물론 언론들은 '인민 루니'라는 애칭을 가진 정대세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관심을 쏟고 있고 각종 축구 관련 사이트에는 정대세와 관련한 수많은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중국 상하이 홍차우 공항에는 수많은 국내 취재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대세와 안영학(30, 수원 삼성)이 북한 선수단에 합류하기 위해 도착하면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마치 박지성이나 이영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들의 인천 국제공항 입출국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조금 늦게 게이트를 빠져나오던 정대세는 금세 토끼눈이 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땀이 난다. 상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란 솔직한 한 마디에는 모든 게 함축돼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연신 훔쳐내며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던 정대세는 공항을 빠져나가기까지 한참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정대세가 활동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썩 인기가 높은 편이 아니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큰 반응이 없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린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이상할 따름이다. 오는 26일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서 펼쳐질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남북한전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일본 교도통신의 무라야마 축구 전문기자는 "일본에서 정대세는 크게 유명한 스타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소리마치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의 이충성이 더 화제"라고 전했다. 무라야마 기자는 "정대세가 성공 가능성도 높고, 정말 좋은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당연히 국적 문제다. 재일교포 3세인 정대세는 조총련계 학교를 나와 북한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부친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등 국내에서도 국적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 정대세는 일본 올림픽팀 주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재일교포 3세 이충성(23, 가시와 레이솔)과 자주 비교 대상이 된다. 한때 한국 청소년대표팀에도 합류한 바 있던 이충성은 소리마치 감독의 적극적인 권유로 작년 2월 일본 국적을 취득해 어느덧 일본 최고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무라야마 기자는 "똑같은 신분에 나이도 비슷한 두 선수가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걷게된 게 흥미롭다"면서도 "북한과 미묘한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정대세보다는 이충성의 경우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대세가 갑자기 마음을 돌려 국적을 바꾸는 일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정대세는 상하이 입국 인터뷰에서 그 자신이 생각하는 국적이 무엇인가란 기자들의 물음에 "나를 키워준 곳은 내 나라 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확실히 잘라말했다. 나고 자란 곳이 어디냐는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북한 선수답지 않게 적극적이고, 쾌활한 정대세는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반면 한국어는 외국어처럼 익숙지 않은 데다 낯설기까지 하다. 아이러니 속에서 빚어지는 여러 가지 시각차와 문제들은 결국 정대세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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