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조범현 감독은 새하얀 자켓에 검정색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지난 3년간 미디어데이에 흰색 자켓을 입은 사령탑은 한 명도 없었다. 장성호는 8개 구단 간판스타 중 유일하게 붉은 색의 강렬한 원정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시범경기 깜짝 스타였던 대졸신인 나지완이 말할 때에는 카메라 플래시가 집중적으로 터졌다. KIA는 이미 지난해 최하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막강 다크호스 중 하나로 발돋움한 것이 지난 25일 열린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여과없이 증명됐다. 조범현의 포부 조범현 감독은 "SK와 두산의 전력이 강하다고 느껴진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4강 한 팀이 KIA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벤치의 힘이 좋은 한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 김인식 감독은 도리어 "KIA가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식 감독뿐만 아니었다. 4강 후보 팀을 꼽아달라지는 질문에 '김치와 깍두기' 차이를 논하며 응답을 피해간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제외하면 LG 김재박 감독만이 유일하게 KIA를 4강 후보에서 제외했다. 나머지 4개 팀은 하나 같이 KIA를 4강 후보로 지목했다. 서재응, 호세 리마, 윌슨 발데스 등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가세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조 감독은 "지난해 가을부터 지금까지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 기세가 이어져 시범경기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마치 지난해 SK를 보는 듯하다. 조 감독은 "작년에 많이 졌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1위를 함으로써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KIA는 패배 의식에 찌든 팀이었다. 이어 조 감독은 "KIA 팬들의 자긍심을 높여 드리겠다"고 팬들에게 포부를 전했다. 지난 몇 년간 호랑이 군단의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 감독은 무너진 타이거즈 팬들의 자존심 회복이라는 원대 목표를 포부로 밝힐 정도로 팀 전력에 자신있다. 조 감독은 팬들에게 "멋진 야구로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성호의 목표 장성호는 지난해 시즌 중 이종범이 2군으로 강등되자 주장직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장성호는 강렬한 카리스마나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선수 중 하나였다. 팀 성적에 관계없이 언제나 3할 타율만 당연하게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팀 추락과 함께 9년 연속 3할 타율 아성도 무너졌다.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팀을 위기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방망이를 마구마구 내려찍었다. 그만큼 팀 성적에 대한 갈증이 크다. 안경을 착용하며 지적인 스타일로 변신한 장성호는 "작년에는 딱딱한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편안한 분위기다. 감독님이 섬세하고 빠른 야구를 원하시기 때문에 가을 캠프 때부터 많이 생각하고 또 많이 변했다. 개인적인 사고도 많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장성호는 3할 타율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팀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올해는 시즌 시작부터 주장 완장을 찼다. 단타보다는 장타로 공헌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주장을 맡은 만큼 개인보다 팀이 잘 되는 것에 만족을 느끼겠다"는 것이 장성호의 말이다. 이어 장성호는 "작년에 부상이 많았는데 부상만 없으면 자신있다. 하지만 우승보다는 일단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도 어느덧 11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이후 KIA는 매년 우승만 외쳤을 뿐 한국시리즈에는 오르지도 못했다.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다 근년에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 면에서 장성호의 목표 설정은 한국시리즈 우승만 외쳐댔던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 장성호는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지완의 영광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신인은 KIA에 2차 1번으로 지명된 대졸신인 외야수 나지완이었다.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3할1푼8리 2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나지완은 "명문 구단 KIA에 입단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호랑이는 죽지 않았지만, 해태는 죽어서 한국시리즈 우승 9회라는 화려한 호피무늬 가죽을 남겼다. 이어 나지완은 또다른 영광을 찾았다. 바로 팀 선배 장성호와 최희섭이었다. "최희섭 선배는 파워 면에서 외국인선수들도 따라갈 수 없다. 장성호 선배는 컨택과 파워 등 모든 면에서 최고다. 두 선배가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나지완은 KIA 전지훈련에서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꿈에서도 스윙했다"고 말한 모창민의 SK에 비할 바는 되지 않을지 모르나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방망이를 돌리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방망이를 돌렸다"는 나지완의 경험담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나지완은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니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더라"고 공을 또다시 선배들에게 돌렸다. 장성호는 나지완에 대해 "박재홍(SK) 선배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외모가 많이 닮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지완이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에서도 1996년 신인 박재홍만큼 위력을 떨친다면 오랜만에 걸출한 신인타자 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 장성호는 "(나)지완이가 4번 타순에서 얼마나 활약하느냐에 팀 운명이 갈릴 것이다"며 "집중견제를 받지 않을까 우려됐지만 시범경기에서 잘 극복해냈다. 좋은 후배가 들어와 너무 기쁘다"고 기대를 표했다. 조범현 감독-장성호-나지완.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