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구단 선수들, "우리 연봉 삭감, 남의 일 아냐"
OSEN 기자
발행 2008.03.26 08: 49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히어로즈의 연봉 대폭 삭감을 지켜보고 있는 나머지 7개 구단 선수들의 마음도 착잡하다. 당사자인 히어로즈 선수들 만큼은 아니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칫하면 올 시즌 종료 뒤 자신들에게 닥쳐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시범경기가 끝날 무렵 만난 KIA 타이거즈의 한 선수는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올 시즌이 끝나면 모든 구단들이 히어로즈의 올해 연봉을 기준선으로 평가할 것이 뻔하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단장이라는 분이 정말 너무한다”며 히어로즈의 잇단 연봉 대폭 삭감을 걱정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구단 선수들도 비슷하다. 일부에서는 강경한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모 구단 선수들은 “선수협이 좀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 이상의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강경 대처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단체행동에 들어가기는 무리가 따른다. 팬들을 볼모로 싸움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7개 구단 선수들은 사실 스프링캠프 막판부터 강경 대응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에서는 시범경기 보이콧을 주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과 겹치면서 시범경기 보이콧 등 단체행동은 실현되지 않았다. 7개 구단 선수들은 현재 고통을 받고 있는 히어로즈 선수단에 대한 걱정은 물론 시즌이 끝난 후 자신들에게도 돌아올지 모를 상황에 벌써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구단들이 성적이 부진한 선수들에게 ‘감액제한 규정 삭제’를 내세워 히어로즈처럼 80% 삭감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감액제한 규정 삭제 및 군보류선수 수당 폐지’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구단들의 불공정한 처사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제소했다. 공정위의 심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3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2월 연봉 최대 삭감 제한규정(2억 원 이상 40%)을 삭제, 무제한 삭감을 가능하게 했고 당시까지 연봉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던 우리 히어로즈 선수단에 첫 적용을 용인했다. 그에 따라 ‘비용절감’을 선언한 히어로즈 구단은 최대 80%까지 삭감한 연봉안을 제시하는 등 고참 선수들에게 50%가 넘는 연봉삭감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아직까지도 최고령 현역 타자인 포수 김동수(40)가 연봉재계약에 사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봉 3억 원이었던 김동수는 80% 삭감된 6000만 원을 올해 연봉으로 제시받았으나 수용하지 않고 있다. 김동수 외에도 전준호가 72%가 깎인 7000만 원에 마지못해 연봉 계약을 맺는 등 고참들은 대부분 50% 이상 깎였다. 비롯 다른 구단들이 히어로즈처럼 무턱대고 삭감안을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선수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두산은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재계약하지 않던 포수 홍성흔과 지난 25일 40% 삭감한 1억8600만 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히어로즈 기준으로 했다면 그 이상의 삭감안도 가능했지만 두산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제시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히어로즈 구단을 제외한 유일한 미계약자이던 홍성흔에 두산은 이전 최대 삭감폭인 40%를 적용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내년 연봉 재계약 때도 구단들이 40% 삭감선을 지킬지는 의문이다. 히어로즈가 보여줬듯이 전년도 성적과는 상관없이 구단의 운영 방침에 따라 무제한 삭감의 칼날을 휘두를 수도 있기에 불안한 것이다. 기뻐해야 할 창단식에도 침울한 얼굴 일색이었던 히어로즈 선수단을 지켜본 나머지 7개 구단 선수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것이다. ‘연봉거품’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해도 말도 안되는 삭감에 위협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어떤 대책을 강구할지 지켜볼 일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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