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에는 꼭 비가 내린다
OSEN 기자
발행 2008.03.26 09: 42

스릴러 물에 ‘비’가 꼭 내린다. 최근 개봉 작들을 살펴보니 비와 스토리 얼개가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고 있다.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스릴러 속 비의 효과를 함께 느껴보자. 450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는 영화 ‘추격자’(나홍진 감독)에서 비는 중요한 장치다. 비는 엄중호(김윤석 분)의 찹찹하고 절박한 심경을 대변하기도 하고 미진(서영희 분)의 어린 딸에게 닥친 비극을 나타내기도 한다. 엄중호가 지영민(하정우 분) 누나의 집에 갔다가 돌아올 때, 그 누나의 어린 아들이 머리에 정을 맞아 난 상처 자국을 보고 엄중호는 직감한다. 지영민이란 인물이 정말 정신이상자로 살인을 저질렀을 지 모른다고. 미진을 찾기 위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차 속에서는 침묵이 흐르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찹찹한 엄중호다. 서울로 돌아와서 지영민이 잠시 만났던 출장안마사를 한 모텔 앞에서 만날 때도 비는 내린다. 출장안마사는 “그 새끼 사람 죽였죠?”라고 소리치고 자동차 안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진의 아이는 자신의 엄마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자지러지며 운다. 아이의 눈물과 함께 비는 더 세차게 쏟아져 내린다. 다른 한편 산을 파서 시체를 찾아오라는 서장의 지시. 형사들은 쉴새 없이 쏟아 붓는 빗줄기 속에서 산을 판다. 매장돼 있을지 모르는 시체를 찾기 위해서. 형사들은 진흙탕 속에서 미끄러지며 삽질을 계속한다. 비와 진흙이 엉켜 붙은 것 마냥 사태도 점점 꼬여간다. 결국 비 내리는 한밤중 그 산에서는 한구의 시체도 찾지 못했다. 마침내 엄중호는 지영민의 집을 발견했다. 밖에는 여지없이 비가 내린다. 엄중호는 우산을 쓰고 있다. 집주소를 확인한 후 그는 우산을 문 밖에 버리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버려진 우산은 처량히 비를 맞고 있다. 길바닥에 홀로 버려진 우산처럼 엄중호는 홀홀 단신으로 지영민의 집으로 들어가서 그와 생사를 오가는 한판 대결을 벌인다. 생사를 오가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2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GP 506’(공수창 감독)에서도 쉴새 없이 비가 뿌려진다. 미스터리 수사극을 표방하지만 관객을 공포로 몰고 가는 스릴러 범주에 포함된다. ‘GP 506’은 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경계초소(GP: Guard Post)에서 벌어진 의문의 몰살 사건을 다룬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성규(천호진 분) 원사를 포함한 수색대가 파견되지만 사건은 갈수록 꼬여만 간다. 주어진 시간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단 하룻밤. 노 원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시간부터 비무장지대의 고립된 GP를 둘러싸고 비가 퍼 붓는다. 실제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영화 속 GP의 외부와 내부는 음침하고 공포스럽다. 금방이라도 사건이 벌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그로테스크한 조명에 쏟아지는 비가 GP라는 공간을 더 흉물스럽게 그려놨다. GP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감을 비를 뿌림으로써 더 극대화했다. 사건이 극으로 치닫게 되면서 비도 더욱 세차게 내린다. 시체의 피와 빗물이 얽혀 진흙탕에 흘러 나온다. 핏물인지 빗물인지 모르는 것들이 공포심을 배가 시킨다. 또한 폭우로 인해서 다리는 끊어지고 시체와 수색대원 어느 누구도 GP506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음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비는 어느덧 공포를 암시하는 매개가 됐다. 빗소리와 함께 주인공들의 귀는 예민해지고 예민한 오감에 날이 서있을 바로 그때, 비 속에서 공포의 대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GP 506’의 결말 부분에서는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면 그들의 사건도 다 해결이 될까?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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