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만 국경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서도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세상이다. 단적인 예가 4월3일 개봉하는 '삼국지: 용의 부활(이인항 감독)’이다.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 제작 및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영화의 원작인 삼국지는 중국의 고전이고 감독과 배우는 홍콩, 중국, 할리우드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한국영화인지 중국이나 홍콩영화인지 구분이 애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제작사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불러달라"고 주문하는 중이다. '삼국지: 용의 부활’은 크랭크 인부터 크랭크 업까지 한국이 주도해 제작의 전반을 관리한 것은 물론 CG 등의 후반 작업과 마케팅까지 참여해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중 일 홍콩 대만 등의 동북아 시장에서는 이처럼 국적을 따지기 힘든 글로벌 프로젝트나 합작, 협력 형태의 영화들이 부쩍 늘어나는 중이다. 2000년에 개봉한 ‘비천무’와 ‘아나키스트’, 2001년의 ‘무사’ 등은 중국 로케이션으로 한중 합작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홍콩의 서극 감독과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가 손을 잡은 ‘칠검’, 한국 쇼이스트와 미국의 문스톤엔터테인먼트, 중국 제작사들이 투자한 장동건 주연의 '무극’ 등이 한 중 시장에 나란히 소개됐다. 한국과 중국의 밀월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안성기와 최시원이 출연한 한중일 합작 프로젝트 ‘묵공’과 미국 뉴라인시네마가 제작비를 마련하고 중국 올 오케이션으로 촬영한 ‘무영검’ 등도 합작 영화의 연장선에 있다. 또 ‘무간도’로 이름을 떨친 유위강 감독은 독특한 방법으로 한국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 주연의 액션 멜로‘데이지’에서 유위강 감독은 홍콩 누아르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국적 없는 영화의 증가는 시장 확대를 꾀하려는 한 중 일 영화 제작사들의 시도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들어 1000만 관객 이상의 대박 영화가 4편이나 등장한 한국 영화시장은 지난해보다 정체 위기를 맞고 있다. 관객 포화를 극복하려는 제작사들은 자연스럽게 무한대의 중국 시장을 겨냥하게 됐다는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시도는 국내에서 그 규모 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무협 사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의 틀과 타국 정서에 기반을 둔 스토리 라인에 공감하지 못하는 한국 관객들의 정서 때문이다. ‘무극’이나 ‘묵공’ 등이 중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국의 관객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곧 개봉하는 ‘삼국지: 용의 부활’ 역시 소설 ‘삼국지’를 원작으로 광활한 중국 대륙과 중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 한국의 기술과 자본, 홍콩의 대표 배우 유덕화와 홍금보, 할리우드의 스타 매기 큐, 그리고 중국의 거대한 인력이 한 데 뭉쳐 이룬 글로벌 프로젝트 ‘삼국지: 용의 부활’이 위축된 한국 영화 시장에 성공한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ricky33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