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홈 경기 맞아?' 당연히 지켜야 할 규정을 피하기 위해 홈 경기 개최지를 중국 상하이로 옮겼던 북한 축구는 홈 팀 최대의 이점이라 할 수 있는 '팬 서포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26일 저녁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서 펼쳐진 남과 북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두 번째 경기. 마치 한국의 홈 경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킥오프 2시간 전부터 스탠드에 옹기종기 모여앉기 시작한 한국 팬들은 어느새 경기장 좌우편 좌석을 가득 메우고, 열띤 응원전을 펼쳐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원정 응원을 온 100여 명의 붉은악마들과 교민들이 중심이 된 응원단은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 귀에 익은 구호와 노래 가락으로 북한의 기세를 꺾었다. 북한이 거부했던 태극기도 인공기와 함께 그대로 게양됐고, 애국가도 울려퍼졌다. 붉은악마 응원 특유의 레퍼토리인 대형 태극기도 등장했다. 아리랑 노랫가락도 울렸지만 모두 한국 선수들을 위한 응원가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관중들 상당수가 특유의 붉은 티셔츠 대신, 흰색을 입었다는 점. 이날 경기가 북한의 홈 경기로 치러지는 탓에 전날 매니저 미팅을 통해 한국 선수들의 유니폼이 흰색으로 결정됐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에 입장한 중국 유학생 이성희(22) 씨는 "우리 선수들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겁다"며 "한국의 홈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북한 응원단도 있었다. 본부석 맞은편 하프라인 부근에는 약 500여 명의 북한 팬들이 인공기를 흔들고, 함성을 질렀으나 '원정같은 홈 경기'를 치른 북한 선수들을 격려하기에는 2% 부족했다. 영국인 스포츠 프리랜서 폴 파커스 기자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포기한 대가 치고는 북한 축구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입맛을 다셨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