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크레이그 브레슬로(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빅리그 2년간 27경기에 등판, 2패 방어율 2.86을 기록한 좌완 중간계투 요원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그저 그런' 야구선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명문 예일대에서 분자생물학과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도 출신이다. 미국 체육계에는 명문대 학력의 선수가 적지 않지만 예일대나 하버드대 출신은 거의 없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여러 대학이 유망 고교 선수를 스카웃할 때 제공하는 '운동 장학생' 제도가 없다. 브레슬로는 대학 졸업 후인 2002년 드래프트 26라운드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서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자 2년 후 방출됐고, 독립리그를 거쳐 200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합류했다. 그해 빅리그 14경기에 등판, 승패 없이 방어율 2.20을 기록한 뒤 FA로 풀렸고, 2006년 역시 예일대 출신 테오 엡스틴이 단장으로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합류했다. 그해 13경기서 2패 방어율 3.75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선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24일(한국시간) 웨이버 공시를 통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해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브레슬로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베테랑 좌완 애런 풀츠를 방출했다. 예일대 출신이라는 학력은 가는 곳 마다 화제였다. 보스턴에 몸담던 시절 한 번은 명석한 두뇌로 동료들을 놀라게 한 일화가 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도달할 때 까지 몇차례나 회전하는지를 놓고 조시 베켓과 덕 미라벨리가 내기를 걸자 그는 직접 공의 회전수를 계산해 '해답'을 제시했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레슬로는 "다양한 편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몇가지 방법을 동원해 직구, 커브, 슬라이더의 회전수를 산출했다. 한 번 해보니 의외로 쉬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아직 개막전 25인 로스터 등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마크 샤피로 단장과 에릭 웨지 감독은 "그의 기량을 좀 더 테스트해 본 뒤 기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는 4차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브레슬로는 최대 2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브레슬로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면서 살아가겠다는 선행의지가 그것이다. 12살 소년 시절 2살 위의 누나가 갑상선 암에 걸린 것을 지켜보며 그는 이처럼 결심했다. 그 결과 최근 암에 걸린 어린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비영리 재단을 설립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재진입 의지도 강하다. 다만 그는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 있다. 브레슬로는 "구단은 최근 2∼3년간 나에 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확보해두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내가 이전에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은 시간 동안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현답'을 내놓았다. 브레슬로는 지난 24일 뉴욕 양키스전에 이적 후 첫 등판,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7-5 승리를 지켰다. 그에겐 세이브 기록이 주어졌다. 웨지 감독은 "좋은 모습을 봤다. 공을 잘 던진다"며 "다시 한 번 그를 테스트해볼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또 하나의 명문대 출신 야구선수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