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영화, '만들기가 두렵다'
OSEN 기자
발행 2008.03.27 11: 02

저예산 영화에 대한 대중의 편견은 깨지지 않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국형 블록버스터 등의 단어에서 풍기는 톱 스타에 스타 감독 큰 스케일이 주는 막연한 신뢰와 동경, 개봉 때까지의 기다림. 하지만 저예산 영화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는 관객은 없다. ‘저예산’이라는 단어가 ‘영화’ 앞의 수식으로 붙을 때면 대중들은 편견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영화관계자들도 대작 영화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만 저예산 영화에는 돈의 액수만큼이나 쥐꼬리만한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도 많다. 최근 꽤 잘 만들어진 10억대 저예산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막상 제작사들은 관객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영화를 잘 만들어 놓고도 관객의 외면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 작품이 잘 나왔는데도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뭘까. 영화 ‘경축! 우리사랑’의 제작사인 아이비픽쳐스의 이형승 대표는 “영화가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최대한 많이 노출이 되고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소재나 내용으로 저예산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비단 저희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저예산 영화도 노출에 있어 한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예산 영화를 만들 때는 고액의 개런티를 자랑하는 톱 스타와 스타 감독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투자를 받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 대표는 “신선한 소재와 주제라고 해도 검증되지 않고 대중적으로 노출이 많이 안 된 감독과 배우들의 조합이라고 할 때, 그 자체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투자와 배급부분에 있어서 어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영화 ‘추격자’가 투자 배급을 받기까지 제작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수 차례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탄탄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만으로는 배급 투자사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던 것. 물론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점친 투자사 벤티지홀딩스의 선택에 ‘추격자’는 현재 450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한국영화계가 이전과 같이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고 100억 200억씩 투자를 해도 투자액을 회수하기 힘든 구조에서 저예산 영화가 앞으로의 대안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영화의 손익분기점에 대해 냉철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알찬 예산으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10억이냐 100억이냐’ ‘저예산이냐 고예산이냐’ 하는 말은 이제 의미가 없다. 결국은 스토리다. 현재 10억 미만의 영화 ‘경축! 우리사랑’과 ‘동거, 동락’이 호평을 받는 이유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소재가 주는 전형성을 탈피한 신선한 스토리로 승부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영화의 규모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각자에 맞는 예산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합당한 예산에 맞는 영리한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할 듯하다”고 마무리 했다. 영화 ‘원스’ ‘말할 수 없는 비밀’ 등은 저예산으로도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인정을 받았다. 한국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지 않고 말하지 말자. 저예산 영화가 무엇이라고. crystal@osen.co.kr 저예산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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