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선수는 봉이 아니다
OSEN 기자
발행 2008.03.27 11: 10

한국e스포츠협회 탈퇴선언으로 업계를 뒤숭숭하게 만든 삼성전자가 연달아 잡음을 내고 있다. 이번에는 회장사 관련 문제가 아닌 선수와의 계약에 관련되서다. e스포츠를 선도해온 삼성의 최근 행태를 바라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유감이 아닐수 없다. 불과 시즌 개막을 보름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계약의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다가 팀의 고참인 이창훈과 박성준이 잇따라 은퇴를 선언하고 나섰다. 팀과 선수들사이서 벌어지는 연봉 계약과 관련해 이제까지 마찰을 일으켰던 예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심각한 갈등으로 인해 선수 중 한 명이 돌출행동을 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팀의 고유권한인 선수 계약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를 감정적이거나 즉흥적인 마음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기막힌 타이밍에 터진 e스포츠의 큰손 삼성전자의 명성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한국e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 세계적인 사이버축제인 WCG 후원과 국내서 두번째로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는 등 활발하게 e스포츠 분야 발전에 공헌했다. 삼성전자는 2005시즌 KeSPA컵 우승과 후기리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강팀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강호로 분류되는 것이 아닌 약체로 분류됐던 팀. 강력한 팀플레이 성적을 바탕으로 2007시즌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강호의 이미지를 심었다. 삼성전자 칸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막강 팀플레이'다. 삼성전자의 2007시즌 전기리그 우승에는 김가을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과 함께 '마스터' 이창훈의 절대적인 비중을 빼 놓을 수 없다. 최악의 전력군으로 분류되던 삼성전자를 팀플레이의 강호로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주축선수를 단 한 시즌 성적이 부진했다는 이유로 내친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다. 여기다가 뚜렷한 연봉고과의 공개로 선수를 설득하기 보다는 동료들의 생활공간과 먹거리문제를 내세워 압박했다는 것은 더욱 실망스러운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서로 내세우는 명분이 항상 같을 수는 없고 생각이 일치할수도 없다. 하지만 이창훈은 2007시즌 개막 이전에 군 입대를 위해 팀을 나가겠다는 뜻을 수차례 희망하고 말한 바 있다. 사정이 급할 때는 팀내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며 붙잡았던 선수를 사정이 좀 좋아졌다고 하루 아침에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소인배의 행동과 조금도 다를게 없다. 선수는 봉이 아니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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