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 스피드 시대', 뛰는 만큼 저지하라
OSEN 기자
발행 2008.03.28 08: 07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년 프로야구의 화두는 역시 ‘뛰는 야구’다. 뛰는 야구는 지난 몇 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투고타저 시대가 낳은 대표적인 조류다. 뛰는 만큼 얼마나 잘 저지하느냐가 올 시즌 프로야구의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야구는 상대성에 대한 연구와 함께 발전하는 법. ‘0.1초 스피드 시대’에서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저지하는 팀은 야구의 발전과 팀의 승리를 부를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지난해 팀 성적도 도루저지와 연관성이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팀 도루저지율 3할8푼3리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박경완이 도루저지율 전체 1위(0.376)를 차지했고, 백업 포수 정상호도 도루저지율 4할9리를 기록했다. 포수들의 송구도 좋았지만 투수들의 빠른 퀵 모션도 주자를 견제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차지했다. SK는 가장 빠르게 달리는 팀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대 주자를 잘 견제하고 저지하는 팀이었다. 이외에도 삼성(0.358)·LG(0.341)·한화(0.326)가 도루저지율 2~4위를 차지했다. 삼성과 한화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LG는 최하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도루저지율 최하위를 마크한 KIA(0.203)는 실제 팀 순위도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유일한 예외라면 도루저지율 6위(0.233)에 그친 두산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는 사실뿐이었다. 하지만 도루수 못지않게 도루저지율이 전반적인 팀 성적과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는 점은 틀림없었다. 올 시즌에는 이 같은 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변함없이 이 부분에서 최고의 팀으로 손꼽힌다. 투수들이 대체로 퀵 모션이 빠르고 주자들을 견제하는 능력이 좋으며 포수들의 송구능력도 뛰어나다. LG도 만만치 않다. SK ‘육상부’ 정근우는 도루하기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LG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조인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해 조인성은 도루저지율 전체 4위(0.364)였지만 상대 도루 시도가 77회로 가장 적었다. 그만큼 상대가 도루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정근우도 “조인성 선배는 송구가 워낙 뛰어난 특급포수라 함부로 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LG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상대의 강점을 최소화하는 부분으로 도루저지가 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두산과 KIA 그리고 우리 히어로즈는 도루를 저지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두산은 주전 포수로 낙점한 채상병이 투수리드나 블로킹은 안정됐으나 송구가 미흡하다는 약점이 있다. 정근우도 가장 도루하기 쉬운 팀으로 두산을 먼저 꼽을 정도. 채상병뿐만 아니라 백업 김진수도 어깨가 약해 상대로부터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KIA는 주전 김상훈이 얼마나 각성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상훈은 지난 2003년 역대 한 시즌 최고 도루저지율(0.554)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할9푼3리로 주전포수 중 최하위였다. 포수 자원이 극도로 빈약한 히어로즈가 뛰는 야구를 얼마나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 시범경기 도루저지율도 1할7푼6리로, 최하위였다. 강귀태·정종수뿐만 아니라 김동수도 지난해 도루저지율이 2할2푼9리밖에 되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해 도루저지율 3할6푼5리로 전체 3위를 차지한 진갑용이 있어 걱정을 붙들어 매고 있다. 5월 중 복귀할 것으로 기대되는 백업포수 현재윤도 도루저지가 뛰어나다. 한화는 지난해 도루저지율 2위(0.374)로 각성한 신경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한화는 신예 포수들을 기르다 포기했지만 그만큼 신경현에 대한 믿음도 있다. 물론 투수들의 퀵 모션이 빨라진 것도 한 요인이다. 롯데는 주전 강민호가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2006년 도루저지율 3할7푼8리를 기록한 강민호는 지난해 3할5리로 뚝 떨어졌다. 후반기 체력적 부침으로 송구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백업 최기문과 효율적으로 기용하며 체력을 안배해 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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