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경규, 돌파구를 찾을까
OSEN 기자
발행 2008.03.28 08: 21

’국민 개그맨’ 이경규(47)가 28년 연예계 인생에서 높은 벽을 마주 했다. 30대 중반 이후 개그 보다는 MC로 정상 자리를 굳혔던 그에게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경규는 현역 MC들 가운데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원로급에 속한다. 그의 선배라면 허참과 임성훈 등이 고작일 정도다. 지상파 TV로는 SBS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라인업’과 일요일 퀴즈프로 ‘육감대결’, 그리고 MBC의 간판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에서 '간다투어' 진행을 책임지는 중이다. 케이블 방송으로는 MBC ESPN ‘골프의 신’과 MBC 에브리원의 새 프로 ‘이경규의 복불복 퀴즈쇼’ MC를 맡고 있다. 맡고 있는 프로의 숫자만 놓고 볼 때 이경규는 아직도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위기인가를 알 수 있다. ‘라인업’은 봄 개편 때 폐지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고, ‘일밤’의 ‘간다투어’도 아직은 주목을 받지못하는 중이다. 특히 그의 야심작 ‘라인업’은 MBC ‘무한도전’ 타도를 외치며 SBS로 건너가 공을 들인 프로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최근 애국가 시청률에 근접한 4%선까지 밀렸다. ‘일밤’의 ‘몰래카메라’ 코너가 많은 논란 끝에 막을 내린 후로는, 이경규란 브랜드 네임을 갖고서 대박난 프로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주도 하에 후배 개그맨이나 연예인들을 윽박지르고 군대식으로 부리는 상명하복 프로 진행에 다소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로 포맷이나 진행 스타일에 변화가 안보인다는 지적이다. 이경규는 1980년대 이후 숱한 유행어와 히트 프로를 내면서 인기를 유지해 왔다. 대표적인 코너가. ‘일밤’의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등이다. 지난해 박명수를 한국 최고의 ‘2인자’ MC로 만들었던 호통 개그도 사실상 그가 원조다. 순간적인 기지와 애드리브로 게스트에게 버럭 소리지르고 호통치는 개그로 큰 웃음을 줬던 인물이다. 이 같은 순발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경규는 선 후배 코미디언들이 안방극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동안에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1998년 잠깐 일본 유학을 다녀온 것 이외에는 공백기가 없었을 정도다. 긴 세월 개그맨과 MC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킨 결과, 그의 주위에는 강력한 ‘라인’도 생겼다. 후배들 사이에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유명했고 자기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챙겨준 덕분이다. 최근 유재석과 함께 투톱 MC 체제를 구축한 강호동을 시작으로 김용만 이윤석 김구라 등 이른바 개그계의 ‘규라인’은 상당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개그맨과 MC가 편한 현실에 안주할 때 위기는 바로 찾아온다. 숨가쁠 정도로 빨리 변화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 개그맨’ 이경규가 50대를 앞두고 찾아온 고비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지 궁금하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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