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가 한창일 때 김인식(61) 한화 이글스 감독은 ‘투수들은 볼을 낮게 던져야 한다’는 지론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투수들은 볼 스피드보다는 낮게 컨트롤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삼성 조진호(34)나 SK 최상덕(36)은 그런 면에서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투수들답게 볼을 낮게 던질 줄 안다”고 말했다. 투수 출신으로 투수코치로서 대가를 이뤘던 김 감독은 투수 보는 눈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김 김독이 ‘스피드보다는 컨트롤, 그 중에서도 낮게 던지는 능력’을 투수가 갖춰야 할 최고 덕목으로 꼽고 있다. 그럼 모든 투수들이 볼을 낮게 던지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 물음에 양상문(47) LG 투수코치가 답을 냈다. 양 코치는 “낮게 컨트롤해서 던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지만 잘 안되는 부분”이라면서 낮게 컨트롤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양 코치는 “3가지 점을 갖춰야 낮게 던질 수 있다. 먼저 공을 놓는 포인트가 일정해야 한다. 둘째 손목의 힘이 강해야 한다. 그리고 투구 동작이 크지 않고 상체의 움직임이 적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3가지가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 볼끝이 좋은 낮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 코치는 “낮은 공을 던져야 타자들이 치기가 쉽지 않다. 타자들 시야에서 멀기 때문에 좋은 타구를 만들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도 컨트롤이 높게 되면 장타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지도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볼 스피드는 시속 130km대 후반에 불과해도 볼끝이 있고 낮게 컨트롤되는 공이 최고라는 게 지도자들의 공통된 지론이다. 올 시즌 벌써부터 시속 150km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는 신예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낮게 컨트롤 하기'는 투수들에게 지침서가 될 전망이다. 너무 볼스피드에 연연하기 보다는 볼끝이 살아있는 낮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올 시즌 화두를 지도자들이 던진 셈이다. 사실 투수들이 ‘낮게 던져야 산다’는 말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모든 투수들에게 가장 강조되는 덕목이지만 실상 잘 구사되지 않는 부분이다. 메이저리그 출신들이 대거 복귀하고 신예 투수들이 어느 때보다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2008 프로야구에서 어떤 투수가 낮게 공을 던져서 살아남는지도 관심있게 지켜볼 만 하다. 비록 29일 개막전 엔트리에서는 빠졌지만 올 시즌 팀의 제5선발 내지는 중간 투수로 부활을 다짐하고 있는 최상덕과 조진호가 올 시즌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sun@osen.co.kr 최상덕-조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