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체제 심화' 잉글랜드 골문의 주인은?
OSEN 기자
발행 2008.03.28 10: 03

[OSEN=런던, 이건 특파원] 지난 2004년 6월 유로 2004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89분을 이기고 있다 4분 만에 역전을 당했다. 후반 45분 지네딘 지단의 환상적인 프리킥골로 동점을 허용한 잉글랜드는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당시 잉글랜드의 골키퍼는 데이빗 제임스로 티에리 앙리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파리 생드니 구장. 데이빗 제임스(38, 포츠머스)는 또 한 번 프랑스의 스트라이커인 니콜라스 아넬카를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을 내준다. 이것을 프랑크 리베리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1-0 프랑스의 승리로 경기는 끝났다. 이 장면을 두고 영국 언론들은 4년 전 사진과 비교하며 '제임스의 데자뷰' 라고 표현했다. ▲ 4년 만에 다시 경쟁 체제로 돌아간 잉글랜드의 골문 유로 2004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은 조금씩 세대교체를 진행해나갔다. 유로 2004를 기점으로 웨인 루니가 급부상했다. 폴 스콜스는 유로 2004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계속되는 대표팀 감독들의 복귀 요청을 거부해왔다. 숀 라이트-필립스, 저메인 제나스, 저메인 데포 등 새로운 선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다. 골키퍼 쪽에서는 유로 2004 이후 폴 로빈슨(29, 토튼햄)이 주전 자리를 굳혀나갔다. 폴 로빈슨은 2004년 9월 4일 열렸던 오스트리아와 독일 월드컵 예선전에서 데이빗 제임스가 2골을 허용하며 골문에서 물러난 후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 유로 2004를 마친 뒤 스벤 예란 에릭손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안정감이 돋보이는 로빈슨을 중용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넘버 원 골키퍼 역시 제임스가 아닌 로빈슨이었다. 로빈슨은 안정된 수비력으로 독일 월드컵을 무사히 넘기며 명실상부 잉글랜드 부동의 넘버 원 골키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유로 2004부터 파비오 카펠로 신임 감독이 오기 전까지 가진 잉글랜드의 A매치 47차례 중 폴 로빈슨은 35경기에 출전했고 제임스는 11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이중 둘이 전후반을 이어가며 함께 나섰던 경기는 3경기다. 하지만 유로 2008 예선을 거듭하면서 다시 로빈슨의 입지는 흔들렸다. 그의 문제는 가끔씩 큰 실수를 한다는 것. 특히 지난 2007년 크로아티아와의 유로 2008 원정 경기에서 게리 네빌의 평범한 백패스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알을 깐' 실점이 뼈아팠다. 이런 실수는 리그에서도 이어졌고 결국 로빈슨은 클럽에서도 벤치를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새로 부임한 카펠로 감독은 지난 2월 스위스와 경기에서부터 27일 프랑스전까지 데이빗 제임스를 다시 기용했다. 와신상담하던 제임스는 리그에서 경이적인 선방을 보여주며 자신의 건재를 알린 것. 그러나 프랑스전의 플레이로 인해 제임스 역시 입지가 불안해졌다. 반면 폴 로빈슨은 최근 클럽의 주전 자리를 되찾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대표팀에 복귀했다. 결국 4년 만에 잉글랜드의 골문은 폴 로빈슨 일인 체제에서 다시 로빈슨과 제임스의 경쟁의 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 '우리도 있다' 주전 도약을 노리는 제3의 후보군 현재는 제임스와 로빈슨의 경쟁 체제인 것 같지만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특성상 제 3의 인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크리스 커클랜드, 스콧 카슨, 벤 포스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크리스 커클랜드(27, 위건)는 코벤트리 시티에서 맹활약해 지난 2001년 리버풀로 이적했다. 그러나 부상과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4년간 45경기 출전에 그쳤고 2005년 웨스트 브롬위치로 임대됐다. 1년간 임대 선수로 활약한 그는 리버풀로 복귀했지만 기회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2006년 7월 위건으로 이적했다. 위건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한 그는 기량을 인정받아 대표팀에 선발됐으나 2006년 그리스와 친선 경기 후반 교체 출전에 그쳤다. 스콧 카슨(23, 아스톤 빌라)은 잉글랜드 U-21 대표팀 출신으로 원 소속은 리버풀이나 아스톤 빌라로 임대돼 있는 상태다. 2005년 1월 리즈에서 리버풀로 자리를 옮긴 그는 바로 셰필드 웬스데이, 찰튼, 아스톤 빌라 등을 전전하며 임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카슨은 2007년 11월 16일 오스트리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깔끔한 대표팀 데뷔를 했다. 하지만 이어 벌어진 크로아티아와의 유로 2008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3골을 내주어 패배와 그에 따른 본선 진출 실패의 멍에를 뒤짚어 썼다. 벤 포스터(25, 맨유)는 2005년 맨유로 이적한 뒤 곧바로 왓포드로 임대되어 주전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 돌아온 그는 반더사르, 쿠시착에게 밀려 경기에 뛰지 못했다가 지난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좋은 선방을 펼쳤다. 왓포드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06년 몇 차례 대표팀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실제로 경기 데뷔는 2007년 2월이었다. 그는 2007년 2월 스페인과의 친선 경기에 출전했지만 0-1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bbadagun@osen.co.kr 폴 로빈슨.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