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LA냐 라스베이거스냐' 박찬호(35.LA 다저스)는 개막전을 어디에서 맞이할까. 5선발 진입이 무산된 현재로선 메이저리그 불펜 한 자리를 노려보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에서 '선발 수업'을 쌓는 것 두 가지 방안 뿐이다. 문제는 감독과 코치의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 박찬호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여온 조 토리 감독은 메이저리그 잔류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관측은 다르다. 30일(한국시간) L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토리는 "박찬호가 롱릴리프로 다저스에 잔류할 수 있다(Park could remain with the club as a long reliever)"고 말했다. 아직 개막 25인 로스터를 확정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여지를 둔 발언이지만 호의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허니컷 코치는 박찬호가 라스베이거스로 내려보내질 수 있다고 다른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선발 출격할 수 있도록 트리플A에서 투구수를 늘려갈 것(Rick Honeycutt hinted that he might be sent to triple-A Las Vegas to increase his pitch count so that he could be ready to start for the big league club if necessary)이라고 관측했다. 현재로선 허니컷 코치의 발언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 허니컷은 박찬호가 중국 베이징 시범경기에 나섰을 때 "로아이사가 5선발을 차지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밝힌 인물이다. 구단을 둘러싼 어려 정황을 고려해 다소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감독에 비해 코치는 자유로운 편이다. 구단 내부 분위기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에둘러 표현할 이유가 없다. 현실적으로 야수들의 줄부상에 시달리는 다저스는 투수진 인원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박찬호가 롱릴리프로 합류하기 위해선 빅리그 25인 로스터 가운데 12명을 투수에게 할당해야 하는데 이럴 여유가 없다. 감독과 코치의 발언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박찬호의 의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할 경우 다저스를 떠날 수 있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삽입돼 있는 만큼 선택권이 넘어오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서 보여준 기량이라면 선발투수가 필요한 어떤 구단에서도 박찬호는 뛸 수 있다. 문제는 그때가 언제냐는 것. 이와 관련해 MLB.com은 최근 '박찬호가 구단을 떠날 수 있는 시점은 5월15일부터(He could be sent to Triple-A until May 15, when he has an out clause in his contract)'라고 보도했다.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하더라도 한 달 반 동안 라스베이거스에 몸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저스가 시범경기 성적이 더 떨어지는 로아이사를 주저없이 5선발로 낙점한 이유도 박찬호를 일단 붙잡아둘 수 있다는 '시간적 심리적 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저스는 개막전을 하루 앞둔 31일 25인 명단을 확정 공개한다. 30일 LA 콜리세움 보스턴전에 구원등판하는 박찬호로선 일단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강인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나머지는 다저스의 발표를 지켜본 뒤 판단할 일이다. 메이저리그에 잔류하면 가장 좋지만 만의 하나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희망대로 빅리그 선발투수로 활약하기 위해선 리그에 관계 없이 꾸준한 선발 등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