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은 상관없다", 손민한의 '에이스론'
OSEN 기자
발행 2008.03.30 08: 37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29일 잠실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3개 구장에서 일제히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은 건 역시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제1선발들의 활약 여부였다. 개막전에 나선 6개 팀서 가장 에이스에 걸맞는 피칭을 보여준 선발투수는 대전구장에서 팀 승리를 이끈 롯데 베테랑 우완 손민한(33)이었다.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투수들 중 가장 뛰어난 피칭으로 전국구 에이스에 걸맞는 위용을 뽐냈다. 손민한은 한화와 개막전에서 6⅔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이날 선발투수들 중 유일하게 퀄리티스타트와 선발승을 기록했다. 7회 2사까지 총 투구수는 겨우 90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 가운데 63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경기 페이스를 주도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도 “손민한이 리드를 잡으니 더 노련하게 던지더라”고 말했다. 손민한은 지난해 4월 6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현대와 개막전에서도 8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기록한 바 있다.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승을 따낸 것이다. 경기 후 대전구장 3루측 관중들로부터 연호를 받은 손민한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특히 7회 2사에서 오른쭉 중지에 물집이 잡힌 것을 아쉬워 했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는데 더 던지면 물집이 커진다. 다음 경기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 직접 교체를 요청했다”는 것이 손민한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 손민한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을 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로이스터 감독은 “손민한의 피칭을 많이 못 봤지만 항상 늘 같은 모습이다. 피칭 노하우가 좋다. 매우 프로페셔널한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손민한은 “개막전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출발이 경쾌해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혔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다. 컨디션이 나쁘다고 결과가 나쁜 것도 아니다. 컨디션이 나빠도 선발투수, 그것도 개막전 선발이라면 컨디션과는 상관없는 경기”라고 소신을 밝혔다. 일종의 에이스론이었다. 실제로 손민한은 컨디션이 나빠도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로 손꼽힌다. 이날 한화 선발 류현진이 컨디션 난조로 고전한 것과 대조를 이룬 대목. 김인식 감독이 류현진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막전에서 손민한과 롯데에게 조금 운이 따른 건 사실이었다. 경기 초반 한화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행운이 따랐다. 손민한도 “경기를 하다보면 한 팀에 운이 따르는 법이다. 오늘 우리 팀이 딱 그랬다. 첫 타자의 잘맞은 타구가 잡혀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도 결국 실력이다. 1회말 한화의 첫 아웃카운트 2개를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한 이대호의 수비 위치를 조정한 것도 다름 아닌 손민한이었다. 마운드 운영은 물론 상황에 따라 수비수들의 위치까지 조정하고 잡아줄 정도로 노련했다. 마운드 운영을 넘어선 경기 장악 능력이 확인되는 대목이었다. 손민한은 “작년에 한화를 일부러 피한 건 아니었는데, 로테이션상 한화전 등판은 한 차례밖에 없었다. 그 경기에서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화에 약하다거나 자신있다는 마음은 없었다. 올해는 개막전에 승리해 한화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한화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롯데에 에이스 손민한의 자신감 고취는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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