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롯데가 확 달라졌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진 느낌이다. 단 한 경기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한참 이르지만, 경기내용 자체가 과거 롯데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롯데는 지난 2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11-1로 대승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스코어도 자체도 스코어지만 경기내용이 아주 완벽한 한 판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었다. 특히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55)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이 먹혀들며 강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조짐이다. 능동적인 야구 개막전에서 롯데는 총 7개의 볼넷을 얻었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제구력 난조로 자멸한 부분이 컸지만, 롯데 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면을 무시할 수 없었다. 1회초 1번 톱타자 김주찬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7구째 볼넷을 얻었고 이어 2번 정수근도 풀카운트 승부에서 6구째 볼넷으로 출루했다. 외국인 타자 카림 가르시아도 풀카운트 6구 끝에 볼넷을 얻었다. 롯데는 5회까지만 7개 볼넷을 기록할 정도로 집중력을 보였다. 지난해 롯데는 볼넷이 총 405개로 8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타자들의 인내심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옛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동력도 대단했다. 1회초 무사 1·2루에서 김주찬은 트레이드마크가 된 ‘3루 도루’를 감행했다. 한화 포수 신경현의 송구가 나쁘지 않았지만, 김주찬이 워낙 빨랐다. 김주찬은 박현승의 병살타 때 가볍게 홈을 밟았다. 안타를 하나도 치지 않고 선취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2회초에도 박기혁이 볼넷으로 출루하자마자 곧바로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신경현의 송구 실책까지 틈타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1루는 단숨에 1사 3루 득점권 찬스가 됐다. 박기혁은 김주찬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득점했다. 이번에도 안타 없이 득점했다. 과거의 롯데라면 상상할 수 없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현역 시절 준족 내야수로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뛴 로이스터 감독은 주루 플레이를 누누이 강조했다. 개막전에서도 그동안 강조한 주루 플레이가 잘 이뤄진 것에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가 3개월 동안 중점적으로 연습한 부분이다.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3루까지 뛰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가 좋았다. 이런 스타일의 야구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는 도루가 67개로 8개 구단 중 6위밖에 되지 않았다. 도루성공률 역시 59.3%로 전체 7위였다. 벤치와 선수간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아 작전이 노출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개막전에는 선수들이 알아서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김주찬과 박기혁의 도루는 개인 판단이었다. 이른바 '그린라이트'가 켜져 있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도 선수들 스스로가 다양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능동적인 야구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에도 선수들에게 번트를 얘기했는데 무사 1루라고 무조건 번트를 대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번트를 댈 수 있고, 주자 스스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충분히 연습돼 있다”고 자신했다. “우리 팀이 연습을 많이 안 했다고들 하는데 대신 필요한 부분만큼은 다른 팀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는 것이 로이스터 감독의 말이다. 되찾은 수비 기본 개막전에서 또 하나 돋보인 것은 수비였다. 수비는 야구의 기본이다.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훈련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야구는 득점을 더 많이 내야 이기지만 실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면 승리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부임 때부터 기본기의 일환으로 수비를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지난 몇 년간 롯데 투수들은 야수들의 불안한 수비로 흔들리는 경우가 잦았다. 롯데 투수들에게 수비수들의 실책은 세금과 같은 것이었다. 종종 젊은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한 것도 수비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는 개막전에서 안정된 수비를 보였다. 7회말 3루수 이대호가 1루 송구에서 실책을 범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대호는 무려 7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는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했다. 특히 1회말 김수연과 추승우의 잘맞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잇달아 걷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비 위치가 좋았고, 점프해서 캐치하는 동물적인 감각도 좋았다. 데뷔 초 3루수로 활약한 경험이 있고, 유연성이나 몸놀림이 좋아 수비하는 데 애를 먹지 않았다. 1루 송구에서 실책을 범했으나 투수 출신이라 문제없다는 평. 우익수로 선발출장한 가르시아도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으로 안정된 수비를 보였다. 특히 3회말 2사 2루에서 한화 추승우의 우익수 앞 안타성 타구를 미끄러지듯 넘어지며 걷어내는 센스를 발휘했다. 첫 실점 위기를 넘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가르시아는 4회말에도 1사 1루에서 이영우의 타구를 처리한 후 곧바로 1루에 송구해 1루 주자 김태완을 아웃시키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김태완의 본헤드 플레이였지만 가르시아의 빠른 상황 판단과 정확한 송구가 돋보였다. 가르시아는 시범경기에서도 강한 어깨로 수비에서 의문부호를 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로이스터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선수들이 밥을 잘 먹는 것처럼 수비를 잘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수비 강조를 표현한 것이었다. 수비를 잘하면 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팀 전체 사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손민한의 개막전 호투에는 야수들의 수비 도움이 있었다. 손민한은 “야수들의 호수비가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 했다. 기본을 장착한 롯데는 개막전에서 확실히 달라진 팀이 되어있었다.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지만 발과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 슬럼프가 없는 팀은 10월까지 잘 나가는 법. 롯데는 10월까지 잘 나갈 팀이 될 가능성을 개막전에서 스코어 이상으로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