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마해영이 웃었다. 롯데도 웃었다. 어쩌면 프로야구 전체가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8년 만에 고향팀 롯데로 돌아온 ‘마포’ 마해영(38)이 복귀 첫 경기에서 홈런을 신고했다. 마해영은 3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 두 번째 경기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8회초 4번째 타석에서 한화 안영명을 상대로 좌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해 4월7일 잠실 KIA전 이후 1년 여 만의 대포. 롯데 유니폼을 입고는 지난 2000년 10월9일 문학 SK와의 더블헤더 2차전 이후 7년 5개월여 만의 홈런포였다. 지난 29일 개막전에서 마해영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더니 교체로도 출전하지 못했다. 마해영 대신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정보명이 홈런 하나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해 대조를 이루었다. 경기 전 한화 김인식 감독은 “롯데의 선수구성이 수준급이다.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마해영이 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30일 경기에서 롯데 선발 지명타자는 정보명이 아닌 마해영이었다. 전날 경기에서 정보명이 자신의 타구에 손등을 맞아 부상을 당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정보명을 출전시키지 않고 마해영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마해영에게는 하나의 기회였다. 2회초 첫 타석에서 한화 정민철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된 마해영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어내 출루했다. 마해영은 정수근의 좌익선상 2루타 때 1루에서 홈으로 내달렸지만, 결국에는 아웃되고 말았다. 2루에서 3루로 지나갈 때 헬멧을 벗어던지고 전력으로 질주했으나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6회초에도 5-4-3 병살타를 치며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전구장 3루측 관중석을 메운 롯데팬들은 마해영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도 마해영을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8회초 마지막 타석. 마해영은 마침내 팬들과 로이스터 감독에게 보은의 한 방을 터뜨렸다. 그것도 한화가 자랑하는 ‘불펜의 핵’ 안영명을 상대로 142km짜리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마해영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홈런 한 방이었다. 마해영의 홈런에 힘입어 롯데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해영의 홈런이 없었더라면 이범호의 두 번째 홈런은 동점포가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컸다.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마해영은 환한 미소로 맞이한 로이스터 감독과 정겹게 얼싸안으며 포옹한 뒤 후배들로부터도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어 3루측을 가득 메운 롯데팬들에게는 헬멧을 벗어 목례로 답했다. 경기 후 롯데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마해영의 이름을 연호하며 성공적인 복귀신고를 치른 대선배를 축하했다. 전설의 복귀신고는 극적이고 화려했다. 그리고 참 아름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