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연패' 한화, 김태완의 성장에 '위안'
OSEN 기자
발행 2008.03.31 08: 13

[OSEN=이상학 객원기자] 굴욕적인 패배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개막전에서 10점차 대패를 당했고, 이튿날에는 재역전패했다. 지난해까지 '천적'으로 군림한 롯데에 당한 패배라는 점에서 충격은 두 배였다. 류현진·정민철의 ‘토종 원투펀치’를 내고도 2경기 도합 20실점을 한 것도 뼈아픈 대목. 하지만 그런 한화에도 위안거리는 있었다. 3년차 기대주 김태완(24)의 가파른 성장이 바로 그것이다. 3년차가 된 김태완은 올 시즌에도 주전 자리를 굳히지 못한 상태였다. 김태균이라는 높은 산이 있는 1루 포지션을 뒤로 하고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지만,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지명타자 자리에서도 이영우·이도형 등 베테랑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대타로 기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로 김태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부동의 4번 타자’ 김태균이 개막을 코앞에 앞두고 옆구리 근육통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김태균의 대안으로 주저하지 않고 김태완을 택했다. 김태균의 이름으로 8년째 장기 독점된 주전 1루수와 4번 타자 자리를 김태완에게 맡겼다. 김태완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였다. 개막전에서 김태완은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팀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태균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막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롯데 손민한은 “솔직히 김태균이 빠진 덕분에 수월하게 피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들도 “아무래도 김태균의 공백이 크다. 쉽게 메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얘기를 들었는지 김태완은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큰 것 한 방으로 존재가치를 부각시켰다. 5회말 2사 1·2루 찬스에서 롯데 선발 마티 매클레리의 145km 직구가 한가운데 약간 높게 몰리자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정타로 맞은 타구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5m짜리 역전 스리런 홈런이었다. 비록 재역전패로 스포트라이트를 롯데와 마해영에게 빼앗겼지만, 김태완으로서는 존재감을 확실히 떨치는 한 방이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임팩트가 큰 홈런이기도 했다. 김태완은 올해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장종훈 타격코치로부터 집중 지도를 받으며 타격의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퍼지는 스윙을 작고 간결하게 만들어 정확도를 높였다. 시범경기에서부터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보이더니 개막 2연전에서 이범호·추승우와 함께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아직 김태균은 복귀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큰 부상이 아니라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태완이 남아있는 기회를 잘 살려 주전이자 1군 실전용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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