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청소년 드라마, 정통 코미디… 사라지는 TV장르들
OSEN 기자
발행 2008.03.31 08: 48

방송국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가 TV 광고다. 방송국이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것도 시청률에 따라 광고 단가가 달라지기 때문. 그래서 시청자 선호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방송사, 광고주가 덩달아 좋아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단막극, 청소년 드라마,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등은 지금은 볼 수 없는 TV 장르다. 한때 최고 인기 프로그램도 배출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청자들의 취향이 바뀌면서 매력을 잃어 결국 방송 3사에서 폐지됐다. 비록 이런 장르들은 경쟁에서 뒤쳐졌지만 다양한 장르의 공존이 방송 문화를 살찌우다는 점에서 커다란 손실임에는 틀림없다. 드라마의 든든한 밑거름, 단막극 단막극은 재량있는 신인작가, 드라마 연출부, 연기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방송의 든든한 밑거름 역할을 했다. 1회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기는 힘들었지만 순수하게 작품성에만 집중해할 수 있었다. 과감하게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도 가능했다. 시청자들 역시 TV를 통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양한 감성을 즐겼다. 1984년 ‘드라마 게임’으로 시작해 단막극의 정통을 이어간 KBS 2TV ‘드라마시티’는 29일 ‘돈꽃’을 마지막으로 24년 만에 폐지됐다. ‘드라마시티’는 ‘TV문학관’과 MBC ‘베스트 극장’이 폐지되면서 지상파 3사에 유일하게 생존했던 단막극이었던 만큼 사람들의 반대가 더욱 컸다. 그러나 ‘드라마시티’를 살릴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가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이에 앞서 폐지된 KBS ‘TV문학관’은 문학적 감성을 TV 브라운관에 그대로 옮겨 놓으며 방송되는 매 작품마다 호평 받았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전달하면서 아련한 감동을 전했다. MBC 역시 1991년부터 시작했던 장수 프로그램 ‘베스트 극장’을 작년 초 폐지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6개월 혹은 1년 내에 부활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방황하는 사춘기 보고서-청소년 드라마 ‘사춘기’ ‘신세대보고서-어른들은 몰라요’ ‘나’ ‘학교’ ‘반올림’ 등은 청소년 드라마로써 많은 사랑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MBC ‘나’ 와 KBS ‘학교’ 시리즈는 많은 스타들을 배출해내는 등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았다. 그러나 ‘최강 울엄마’에 이어 ‘달려라 고등어’를 끝으로 청소년 드라마는 정규편성물에서 사라졌다. 많은 사랑 받았던 청소년 드라마는 방황하는 청소년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성, 친구, 가족 등 인간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과 학교 성적이나 자아를 찾아 방황하는 모습 등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던 다양한 주제를 짚어 나갔다. 그러나 최근작들은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로맨스에 치중됐다. 요즘 청소년들은 TV를 시청할 시간도 없지만 더욱 화려한 러브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가 많아 굳이 ‘청소년’에 한정지은 드라마를 고집할 이유도 없어졌다. 하지만 10대만의 독특한 문화와 정서를 더 이상 TV에서 공유하기 힘들어졌다. ’기다림의 미학’으로 다양한 웃음 전달한 정통 극 코미디 프로그램 1999년 첫 방송한 KBS ‘개그콘서트’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공개코미디 붐이 일었다. 2003년 SBS는 ‘웃찾사’를, MBC는 2006년 ‘개그야’를 신설해 현재 3사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스튜디오에서 사전 녹화했던 극형식의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퇴락했다.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 1번지’ ‘코미디 하우스’ ‘쇼 비디오자키’ 등이 한 시대의 웃음을 대표했지만 이제는 추억 속에 존재할 뿐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점점 빨라진다. 개그맨들은 짧은 시간에 ‘한방’을 준비해 관객들을 웃겨야 하고 실패한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사라진다. 그러다보니 치밀하고 탄탄하게 짜여진 극의 흐름 속에서 웃음을 전해주지 못하고 순간적인 멘트, 허를 찌르는 상황 등이 웃음의 포인트가 됐다. 안타까운 것은 정통 극 코미디디가 사라지면서 개그맨들도 코믹 연기 내공을 쌓기 쉽지 않다. 개그맨도 많고 코너도 많아서일까? 가능성있는, 혹은 웃음에 대한 열정이 있는 개그맨들을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못한다. 공개 코미디도 많은 준비와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있었던 옛날에는 시사 풍자 코미디도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정치인 성대모사만 있을 뿐 깊이가 사라졌다.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이 다양한 웃음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림의 미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mir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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