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변신 '악마' 박용욱, "박수받고 물러나겠다"
OSEN 기자
발행 2008.03.31 13: 29

'악마(惡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귀신이란 뜻이다. 바로 이 악마란 단어를 닉네임으로 가진 선수의 플레이가 한 때 배틀넷에서 대 유행이었다. '매너 파일런'이라 불리는 초반 견제는 현재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양상을 바꿀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동료들까지 벤치마킹을 삼을 정도로 능수능란한 견제를 자랑했던 이 선수는 이제 코치로 두번째 e스포츠 인생을 열었다. 바로 지난 2월 은퇴를 선언한 '악마' 박용욱(25)이 그 주인공이다. 라이벌인 최연성과 함께 코치로 변신한 그는 최근 서울 역삼동 T1 베이스 근처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 코치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바쁘 움직여 내꺼로 소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선수 시절 생각했던 것을 이끌어 내지 못해 위축됐던 기억은 지우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 코치로 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이로 스물 여섯. 아직 코치로 변신하기에는 어리다고 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박용욱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용욱의 프로게이머 데뷔는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참가한 메이저대회서 박용욱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4위로 입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 후 약 1년간의 공백을 거친 다음에 복귀한 그는 2002년도 제2회 KTF 프로게이머 최강자전' 우승과 '2003 마이큐브 스타리그' 우승으로 정상급 프로게이머로 자리매김했다. 1년이라는 기나긴 공백도 그의 열정 앞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처음에는 학업, 나중에는 군대 문제로 벽에 부딪혔지만, 그 때마다 부모님을 설득시켰죠.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하다고 봐요. 열정이라고 제가 말하면 우스울지 몰라도 선구자적 마인드를 가지고 e스포츠판에 공헌을 하고 싶습니다." 동양 시절을 거쳐 SK텔레콤의 주축 프로토스 시절에도 박용욱의 기량에는 조금의 꺾임도 없었다. 프로리그 '오버트리플 크라운'의 주역이었고, 개인리그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그것은 오른쪽 어깨 '견관절 재발성 탈구'와 '왼쪽 손목 터널 증후군'의 부상이었다. 치명적이고 위험한 부상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반년 이상 다시 손에서 놓았지만, 그의 열정은 그를 다시 복귀하게 만들었다. 투지와 투혼을 앞세워 1년만의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팀의 어려운 상황서 후배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고, 무엇보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7년이라는 프로게이머 경력과 타고난 승부근성과 열정을 갖고 있는 박용욱은 올초 어깨 수술을 받고 지난 2월 코치로써의 제 2의 도약을 선언했다. 자신이 이룩했던 것 이상의 것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박용욱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 판에서 내가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필요할 때 나가기 보다는 필요없을 때 자연스럽게 나가고 싶다"라며 "최상과 최하 두 가지 모두를 생각할 수 있는 말이지만, 쓸모가 없어서 나가는 것이 아닌 정말 열심히 한 나 때문에 T1이 돌아가게 됐다는 평가를 받을 때 박수 받으며 물러나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라고 웃었다.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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