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흘러가고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종영까지 한 회 밖에 남지 않은 SBS 월화사극 ‘왕과 나’(유동윤 극본/이종수, 손재성 연출)가 인수대비(전인화 분)의 죽음과 더해지는 연산군(정태우 분)의 폭정, 중종반정의 계기를 그리며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다뤄져 왔던 연산군과 폐비 윤씨에 얽힌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려냈다. 31일 방송된 62회에서 연산군은 어머니(구혜선 분)를 폐비시키는 데 동조했거나 침묵한 자들은 모두 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수대비는 폐비윤씨의 일로 왕실이 혼란에 빠졌다며 진실은 가릴 수 없다고 말하자 연산군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지고 둘 사이의 갈등은 깊어만 갔다. 급기야 연산군은 어머니 사사와 관계된 홍상궁을 찾기 위해 대왕대비전까지 난입하고 자신을 만류하는 할머니 인수대비를 밀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연산군이 이렇게 잔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연산군은 어머니 정현왕후(이진 분)의 꾸짖음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왜 자신을 회초리 한 번 치지 않고 키웠냐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왜 그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잠시나마 공감을 하게 하며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다. 끝내 인수대비는 연산군의 손을 잡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인수대비는 “나는 아직도 주상을 믿는다. 더 이상 조정과 왕실에 피 바람을 몰고 와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인수대비의 손을 잡은 연산군은 슬픔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연산군의 폭정은 계속되고 내시 처선(오만석 분)은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직언을 하기에 이른다. 역사는 승자 중심으로 그려지게 마련이라고 한다. 사극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허구와 상상력을 섞어 재구성한다. 사극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는 승자 중심의 역사 속에 감춰진 이면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가 하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때로는 지나치게 허구를 부각해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 등 사극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여주기도 하고 재미를 안겨 주기도 했던 ‘왕과 나’는 지난 해 8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 한 이후 4월 1일 63회를 끝으로 7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