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3월 30일 우리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톱타자 이종욱(28)과 2번타자 민병헌(21)의 슬럼프에 대해 묻자 "선수 본인들이 스스로 깨닫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종욱은 이에 앞서 27일 가진 LG와 연습경기서 5타수 3안타로 회복세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민병헌의 경우는 다르다. 민병헌은 지난 시즌을 마친 후 대표팀 상비군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최고의 오프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시범경기와 개막전서 보여준 모습은 다소 무기력했다. 민병헌은 시범경기에서 2할1푼4리(28타수 6안타)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개막전에서도 4타수 1안타를 기록, 기대에 다소 못미쳤다. 민병헌은 시범경기서 당겨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민병헌이 친 타구 중 외야 좌측을 향해 날아간 타구는 36%에 달했다. 반면 우측으로 향한 타구는 14% 정도에 그쳤다. 밀어치는 팀 배팅보다는 자신의 타격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볼넷에 의한 출루는 없었다. 이는 개막전에서도 이어졌다. 민병헌은 히어로즈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좌익수 플라이-유격수 땅볼-좌전안타를 기록했고 황두성을 상대로는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모두 당겨쳐 왼쪽으로 향한 타구들이었다. 민병헌은 지난 시즌 9월 이후 3할1푼8리 1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당시 외야 오른쪽으로 뻗어나간 타구는 40%에 달했다. 민병헌은 좌측으로 당겨칠 때보다 우측으로 밀어치는 타격을 펼쳤을때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전형적인 2번타자만이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니혼햄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현 요미우리)는 3할2푼9리 31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보내기번트 없이 자신의 타격을 하는 2번타자로 빅뱅 타선의 한 축을 형성, 팀을 리그 3위로 이끌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바라는 민병헌의 역할은 앞 타순의 이종욱을 득점권으로 진루시키고 3번 고영민에게 찬스를 제공하는 전형적인 2번타자에 가깝다. 민병헌은 김 감독의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보아야 한다. chu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