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두 거대 지상파 방송사가 최근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KBS는 2TV를 이용해 상업화의 기치를 올렸고 MBC는 보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연성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파이 자체를 키우기보다는 남의 파이를 빼앗아 오는데 주력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의 변화는 거의 판을 다시 짜는 수준이다. 인기 사극 ‘대왕세종’을 KBS 2TV로 바꾸고 2TV에 저녁 일일드라마를 신설할 계획이다. 대하사극과 일일드라마는 KBS 1TV가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의 전부나 다름없다. 이 프로그램을 속칭 ‘돈이 되는’ 채널로 넘기겠다는 심산이다. ‘대왕세종’의 채널변경은 오는 5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고 2TV 드라마 신설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2TV의 일일드라마 신설은 상징성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당초에는 ‘대왕세종’처럼 KBS 1TV의 인기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도 옮기고 싶어 했다. 평일 저녁 시청률 40%짜리 드라마이니 광고 집행자로서는 탐을 낼 만도 하다. 하지만 ‘미우나 고우나’는 ‘9시 뉴스’의 시청률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보도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2TV에 일일드라마를 신설하는 ‘아이디어’다. ‘미우나 고우나’의 상징성을 잃지 않으면서 광고 판매가 가능한 드라마를 ‘미우나 고우나’ 보다 앞선 시간대에 만들어 내보내자는 계산이다. 동시에 KBS 일일극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MBC와 SBS의 일일드라마를 견제하자는 속셈도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청료 의존도를 낮춰보자는 방향성은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제는 ‘제로섬’에 있다. 지상파 방송의 한정된 광고 시장과 점차 위축되고 있는 전파 영향력의 틈바구니에서 돈 되는 콘텐트에 집중할 때 야기되는 부작용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침 일일드라마 4편, 저녁 일일드라마 4편, 밤 미니시리즈 3편 등 평일 하루에 기본적으로 11편의 드라마가 전파를 타게 된다. 자연히 질적저하가 우려되고 결과적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면 드라마라는 경쟁력 있는 콘텐트 자체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네 파이 내 먹자’는 심산으로 달려들다간 파이 전체를 잃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MBC에서 눈에 띄고 있는 뉴스의 연성화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MBC는 최근 ‘뉴스데스크’에 연예인 명예기자를 투입하고 있다. 가수 장윤정 인순이 원더걸스, 연기자 박해미, 방송인 이다도시, 야구해설가 허구연 등이 4.9 총선의 격전지를 찾아 리포팅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표 방송에는 인기 라디오 DJ인 강석과 김혜영을 투입한다는 소식도 있다. 물론 시청자들은 우선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동시에 일고 있다. 지나친 연성화는 뉴스를 결국 ‘뉴스쇼’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그 이후에 펼쳐질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선정성으로 비판 받는 뉴스는 더욱 선정적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있다. 광고 시장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지금 절실한 것은 제살 갉아먹기 경쟁보다는 새로운 파이를 찾아 나서는 게 마땅한 수순인 듯 보인다. 100c@osen.co.kr KBS 2TV로 채널을 옮기는 ‘대왕세종’과 ‘뉴스데스크’에서 명예기자로 나선 장윤정.
